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5월23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최유진 기자 strongman55@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정희수(64) 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신동빈(62) 롯데그룹 회장을 만나 면세점 관련 청탁을 받았고, 이후 롯데 고문으로 영입된 정황이 16일 법정에서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이날 열린 최순실(61)씨와 신 회장 재판에서 검찰은 이런 내용을 담은 정 전 의원 미팅 자료를 제시했다. 롯데그룹 정책본부가 만든 이 자료를 보면, 신 회장은 지난해 롯데호텔 음식점 등에서 정 전 의원을 7차례 만나며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의 특허권 심사 탈락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 전 의원은 지난해 4월까지 면세점 문제 등을 다루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특히 검찰은 신 회장이 정 전 의원과 만남에서 주고받은 내용이 박근혜(65) 전 대통령 면담 내용과 겹친다고 했다. 신 회장은 2015년 11월 면세점 탈락 뒤 이듬해 3월 박 전 대통령과 면담에서 면세점 추가 선정 등에 관한 청탁을 건넸고, 그 대가로 최씨 소유 케이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면담 때 박 전 대통령이 참고한 ‘말씀자료’와 ‘정 전 의원 미팅 자료’ 내용이 동일하다며 “7차례 만남에서 (신 회장이 정 전 의원에게) 면세점 탈락으로 인한 애로사항, 건의사항을 말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또 정 전 의원이 지난해 총선 때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롯데 고문으로 옮겨갔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선 신 회장의 검찰 진술조서도 공개됐다. 신 회장은 지난해 3월14일 박 전 대통령과의 단독면담을 사흘 앞둔 11일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만난 경위에 대해 “평창올림픽을 이용해 국가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인원 부회장에게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했다”고 검찰서 진술했다. 신 회장은 “경제수석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는 검찰 질문엔 “그렇게 어려운 사람인가. 대통령 빼고는 만나자고 하면 다 만난다”고 답했다. 그는 “저도 경제인이고 안 수석도 경제수석이라 만난 것”이라고도 답했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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