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친 신분증으로 보험에 가입하고 여러 병원에 입원한 뒤 거짓으로 보험금을 타낸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15일 훔친 신분증 6명의 명의로 상해보험에 가입한 뒤 타인 명의로 병원에 입원하는 수법으로 156회 걸쳐 8500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가로챈 박아무개(59)씨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박씨는 2010년 8월께부터 인터넷 구직사이트에 '펜션에서 일할 부부를 모집한다"라는 광고글을 4회 올리고 여의도 카페 등에서 피해자들을 만났다. 박씨는 피해자들에게 '근로 계약 전 신원 확인을 위해 잠시 신분증을 복사해오겠다'고 말한 뒤 신분증을 들고 그대로 달아났다. 2017년 9월께까지 4차례에 걸쳐 같은 수법으로 신분증을 훔친 박씨는 피해자들 명의의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만들어 11개 보험사에서 18개의 보험에 가입했다. 박씨는 등산하다 다쳤다거나 자전거를 타다 다쳤다는 식으로 상해 사실을 꾸며 피해자들 명의로 병원에 입원해 보험금을 허위·중복 청구했다.
박씨는 보험금이 소액일 경우 대면확인 등 가입절차가 허술한 점을 노렸다. 또 6명의 신분증을 평균 1년 간격으로 순차적으로 도용했고, 피해자들은 모두 40대 이상 남성이어서 병원의 의심을 피할 수 있었다. 2010년께부터 지금까지 무직으로 월 15만원짜리 고시원에서 지내온 박씨는 "생활비가 필요했다"고 범행동기를 밝혔다.
사건은 2010년께 피해자 중 한 사람이 자신이 가입한 적이 없는 보험사에서 '보험 명의자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박씨가 받은 보험금 200만원을 돌려달라고 민사소송을 하자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사건 초기 소재가 불분명한 박씨를 수배했고, 이후 보험 가입 시 적은 박씨의 전화번호와 주소 등을 추적한 끝에 수배 5년만에 지난 8월 박씨를 체포했다. 검거 당시 박씨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의원에서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도용해 보험 사기 목적으로 허리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경찰은 6-7년 간 수입이 딱히 없는 등 행적이 의심스럽다고 판단해 추가로 핸드폰과 계좌를 추적해 나머지 범죄도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어떠한 경우라도 타인에게 신분증 함부로 주면 안되고, 취업 목적으로 신분증 요구해도 의심해봐야 한다"라며 시민에게 주의를 당부했고 "타인 명의로 휴대폰 개통과 계좌 개설, 보험 가입이 불가능하도록 가입단계부터 본인 인증절차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제도 보완 필요성도 지적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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