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각종 시민단체를 만들어 기업체를 협박하거나 선량한 시민들에게 돈을 뜯어내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일 교통시민연합 소장을 지낸 박아무개(50)씨가 기업체를 협박해 수천만원의 금품을 뜯어낸 혐의(공갈 등)를 잡고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 1999년 10월께 지하철 2호선 부품 공급업체인 ㅇ사 대표에게 접근해 “검사장비 납품 과정의 비리를 알고 있으니 협찬금을 내라”고 협박해 현금 5천만원을 받고 강남의 고급 술집 등에서 여러차례 향응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이 회사 사장이 지하철공사 직원 출신이라는 점을 이용해 “납품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게 아니냐”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또 박씨가 지난해 ‘시민연대21’ 사무총장 시절 유명 식품업체 ㅍ사의 약점을 잡고 수억원의 금품을 요구하고 여러차례 술접대를 받았다는 제보를 입수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지난해 ㅍ사가 유기농 인증을 받지 않은 채소를 유기농 녹즙에 이용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며 집단소송을 추진하기도 했다.
박씨는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해 11월 현직에서 물러나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석달째 잠적한 상태다. 경찰은 박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수배 및 출국금지 조처를 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