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 수액을 맞기 위해 입원한 환자에게 엉뚱한 약을 처방해 환자를 사망하게 한 병원이 위자료 1억5000만원을 배상하게 됐다.
60대 박 아무개씨는 지난 2014년 7월, 갑작스럽게 어지러움을 느껴 전남의 한 종합병원을 찾았다. 당시 의사는 ‘달팽이관이 안 좋아서 이석증(어지러움증)이 생긴 것 같다’고 진단하면서 진통제를 처방했다. 그러자 박씨의 자식들은 어머니가 걱정돼 병원에 입원해서 영양제를 맞으며 추이를 지켜보라고 권했다. 결국 박씨는 영양제 링거를 맞았는데 갑자기 눈이 돌아가면서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곧 호흡 곤란에 빠진 뒤 의식을 잃었다. 식물인간이 된 박씨는 2년 뒤인 지난 7월 난소암으로 숨을 거뒀다.
당시 의사는 ‘파무에이주’와 ‘아트라주’라는 약품을 영양제 링거에 넣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파무에이주는 해독제고, 아트라주는 수술을 할 때 사용하는 근이완제다. 박씨의 증상과는 무관한 약품들이었다.
병원 쪽도 잘못은 인정했다. 병원 쪽은 “사고 당일은 대한병원협회로부터 병원평가를 받던 날이었는데, 이를 위해 약품의 수량과 유효기간 목록을 작성하던 게, 실수로 처방전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박씨의 유가족은 “과거 병력이 전혀 없던 어머니가 병원의 황당한 실수로 사망했는데 이런 실수가 없었다면 지금도 건강하게 살아 있을 것이고 중간에 난소암이 발병했더라도 조기에 조처를 취했을 것”이라며 병원을 상대로 위자료 3억원을 청구했다.
그러자 병원은 “불법행위로 인한 사망 사고의 경우 사실심 법원의 위자료 산정 기준이 1억원인데, 치료비 등을 제외한 실비 7천만원을 앞서 지급했기 때문에 3억원은 과하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재판장 이원)는 지난 17일 “병원은 유족 5명에게 각 3000만원씩 총 1억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조정결정을 내렸다.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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