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식 케이스포츠재단 전 사무총장(63)이 지난해 10월 26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자택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양주/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케이(K)스포츠재단 비리를 <한겨레>에 설명해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진상을 밝히는 데 기여한 정현식 전 케이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이 올해 참여연대 의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는 최순실과 청와대의 케이스포츠재단 비리를 언론에 밝힌 정현식 전 케이스포츠재단 사무총장과 부인 이정숙씨 등을 올해 의인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정현식씨는 2016년 10월 “최순실의 지시로 에스케이(SK), 롯데, 부영 등 대기업을 찾아가 체육 인재 해외전지훈련 지원 사업에 투자를 요구하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전화로 진행 사항을 확인했다”는 사실을 <한겨레>의 특별취재팀에 알렸다. 부인 이정숙씨와 아들 의겸씨는 정씨의 취재협조를 적극 설득했다. 특히 아들 의겸씨는 아버지 휴대전화의 데이터를 복구해 아버지가 최순실, 안종범과 주고받은 문자, 케이스포츠재단과 더블루케이, 문체부 내부 자료 등을 <한겨레>에 전달했다. 또한 의겸씨는 더블루케이의 주요 구성원이 케이스포츠재단의 직원으로 등록된 사실을 확인하는 등 더블루케이가 케이스포츠재단의 돈을 독일에 보내기 위해 만들어진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을 <한겨레>에 밝히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정현식씨 가족의 제보로 케이스포츠재단이 대기업에 사업 투자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최순실→박근혜→안종범’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밝혀졌고 이 재단의 돈이 최순실 개인회사 더블루케이로 흘러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을 밝히는 도화선이 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공범들의 구속을 이끌어냈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참여연대는 국가기관의 권력남용, 예산낭비, 기업의 법규위반, 비윤리적 행위 등을 관계기관에 신고하거나 언론에 알려 국민의 건강과 안전,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데 기여한 공익제보자를 선정해 2010년부터 매년 의인상을 수여하고 있다. 정현식씨 가족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엔진 결함 등을 신고한 김광호씨, 한국가정법률상담소제주지부의 보조금 부정 사용을 제보한 김은숙씨 등 5개 사건, 모두 7명이 올해 의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참여연대는 “수상자들은 외부에서 알기 어려운 조직의 부패 행위를 외부에 알린 내부 제보자들로, 조직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용기는 더욱 높게 평가돼야 한다. 공익제보는 민주주의 후퇴를 막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험을 초래하는 기업의 불법 행위를 바로잡는다”고 설명했다. 시상식은 오는 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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