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광화문 광장에서 바라본 미대사관 쪽으로 트럼프 규탄 피켓과 성조기가 함께 보인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국가인권위원회가 주한미국대사관 정문 앞에서 벌어지는 1인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라고 29일 경찰에 권고했다.
하주희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는 2016년 2월16일 서울 종로구 미대사관 앞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는 위헌’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경찰은 하 변호사에게 대사관 15m 바깥에서 1인 시위를 하도록 강제 조처했다. 하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인권위에 “외교공관 바로 앞에서 외교 사절을 모욕할 위험이 있는 시위를 하는 것은 ‘빈 협약’에 어긋난다. 다른 반미단체를 자극할 위험도 있어 시위를 아예 제한할 수도 있었으나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대사관 15m 바깥에서 계속 할 수 있도록 조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변호사 주변에 다른 변호사가 5명 가량 있었고 사진까지 찍어 “1인 시위를 빙자한 불법 집회”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권위는 “같은 단체 소속 회원들이 1인 시위를 촬영했다고 해서 불법 집회로 보기 어렵고, 당시 경찰권을 즉시 발동해 제지할 만큼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반하는 구체적 위법 행위가 있지도 않았다”고 판단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2조는 집회와 시위를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경찰이 1인 시위 자체를 허가 또는 금지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만 인권위는 “미 대사관 인근 1인 시위를 제한하지 않으면 시위자 뿐만 아니라 경비 인력까지 배치돼 대사관 앞 인도에 극심한 통행 방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사관 앞 인도에서 1인 시위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종로경찰서장에게 권고했다.
허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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