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
“가슴이 아프다. 잘 되길 바란다.”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공직자와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의혹을 받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30일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하면서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 구속영장 청구 소식을 들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검찰은 전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에 관여한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최윤수 전 국가정보원 2차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우병우가 가슴 아파한 인물인 최윤수는 과연 누구일까.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혐의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조사실로 향하기 전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우 전 수석은 "4번째로 포토라인에 선다. 이게 제 숙명이라면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검사장을 지낸 검찰 고위간부 출신인 최윤수 전 차장은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부산 내성고를 졸업한 뒤 우병우 전 수석과 1984년 서울대 법대에 함께 입학했다. 최 전 차장은 사법연수원 21기로 우 전 수석(19기) 보다는 두 기수 아래지만 사석에서는 말을 놓을 만큼 절친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윤수 전 차장은 ‘국정원 문화·예술인 배제 보고서’를 수차례 보고받고 지시하는 등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이 우병우 전 수석에게 ‘비선 보고’하는 데 관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22일 추 전 국장을 구속기소하며 최 전 차장과 우 전 수석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최윤수 전 차장은 지난해 2월 국정원 2차장으로 선임될 당시 우병우 전 수석의 추천이 있었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우병우 사단’의 핵심인물이었다. 이 때문에 작금의 사태는 예견된 것이었다. 국정원 2차장은 국내 정보 및 공안 부문을 담당하는 국정원 내 핵심 요직이다. 청와대가 이 자리에 우병우 전 수석의 측근인 최 전 차장을 발탁했을 때부터 사정당국 내부에서는 국정원을 통해 본격적인 총선과 대선 관리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게다가 최 전 차장이 2015년 말 검사장급으로 승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국정원 2차장으로 전격 발탁된 점도 ‘정치적 인사’라는 뒷말을 낳았다. 최 전 차장이 전임 김수민 2차장(사법시험 22회)보다 9기수 아래인 사법시험 31회라는 점 때문에 파격 인사라는 평가도 나왔다.
최윤수 전 차장은 지난해 6월 ‘네이처리퍼블릭 전관 로비’ 사건 때 홍만표 변호사로부터 청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의 수사를 받은 바 있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도박 혐의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홍만표 변호사에게 사건 청탁 명목으로 3억원을 건넸고, 홍 변호사가 당시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과 최윤수 3차장 검사에게 청탁하겠다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통화추적 등을 통해 홍 변호사가 최 전 차장을 두 차례 찾아가고, 20여 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최 전 차장을 소환하지 않고 서면으로 조사하는데 그쳐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사건 당시에도 최윤수 전 차장과 우병우 전 수석과의 관계가 입길에 올랐다. 우병우 전 수석은 2013년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한 뒤 이듬해 5월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기용될 때까지 1년 동안 변호사로 활동했고, 이 기간에 홍만표 변호사와 함께 사실상 ‘2인 1조’로 움직이면서 정식 선임계도 내지 않고 정운호 대표 등의 ‘몰래 변론’을 맡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홍만표 변호사와 우병우 전 수석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수사기획관과 1과장으로 대검 중수부에서 함께 일한 인연이 있다. 우병우 전 수석이 변호사 활동을 할 때 사무실을 연 곳이 서울 서초동 오퓨런스 빌딩 1111호로, 홍만표 변호사 사무실(1010호)과 같은 건물 아래 위층이었다. 이 때문에 당시 홍만표 변호사와 최윤수 전 차장의 연결 고리가 우병우 전 수석이 아니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윤수 전 차장은 황수경 KBS 아나운서의 남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13년 이들 부부의 ‘파경설’이 악성루머로 떠돌자 최 전 차장 부부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한 종합일간지 기자가 루머 유포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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