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이 5일 오전 대검찰청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문무일 검찰총장이 5일 국가정보원 수사 등 주요 사건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시큰둥한 반응을 내놓으면서, 대검과 수사팀 사이에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 총장은 ‘수사 피로감’ 등을 내세웠지만, 수사팀 내부적으로는 ‘최대한 빨리 서두르겠지만, 현실적으로 올해 안 마무리가 가능하겠느냐’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문 총장이 이날 수사일정과 관련해 언급한 내용의 핵심은 “모든 검찰 업무가 각 부처에서 수사 의뢰돼 넘어온 적폐 수사에 집중되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을 연내에 마칠 것”이라는 대목이다. 그는 “국정원에서도 수사 의뢰가 더 이상 오지 않는 것으로 보고받았고, 댓글 사건과 사법방해·블랙리스트·화이트리스트 등 수사의 주요 부분이 정리되고 있다”며 “전체를 올해 안에 마무리하기는 어렵겠지만 주요 부분 수사는 연내에 끝내고, 내년부터는 민생사건 수사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수사의 확대와 진전 가능성을 아예 차단하는 듯한 발언이다. 야당과 보수언론이 주장하는 것처럼 ‘수사 피로감’을 내세우며 “사회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이날 문 총장의 발언은 실제 수사 진행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 일선 수사팀과 교감을 통해 내놓은 발언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관계자는 “(총장 말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과의 교감 같은 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관계자도 “총장 말씀이 단정적으로 올해 마무리하겠다는 취지는 아닌 것 같다”며 “(국정원 의뢰 사건 중에서) 완전히 마무리됐다고 할 부분은 없고, 제일 먼저 온 댓글 사건도 추가 확인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수사 상황이 ‘마무리’와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해서도 “뭐라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원론적으로 필요하면 누구든 불러서 조사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특히 그는 “사람을 정해놓고 수사한다든지 시한을 박아놓고 수사한다든지 그러긴 어렵다”며 “아무튼 최대한 수사를 빨리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사팀 내부적으로는 ‘문 총장도 특별수사가 전공인데, 시일을 정해두고 수사를 할 수 없다는 걸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지 않느냐’는 반응도 감지됐다. 대검 쪽과 수사팀 사이의 ‘온도 차’가 확연한 셈이다.
이날 문 총장의 발언이 최근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사이에 감지되고 있는 ‘껄끄러운’ 분위기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번 수사를 진행하면서 과거처럼 대검에 자세한 수사보고를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총장은 “수시로 협의하고 지시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한 검찰 관계자는 “(대검의) 결정을 받아서 하는 게 아니라, (조처를) 한 다음에 통보하는 방식”이라고 전했다.
이런 사정에 비춰보면 문 총장의 ‘연내 마무리’ 방침이 실제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검찰총장이 수사의 확대·진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검찰 수사가 기존 동력을 유지하기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다만 대검이나 수사팀 모두 ‘갈등’으로 비치는 것은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다. 한 검찰 간부는 “가급적 연내 마무리하자는 것은 문 총장이 여러 차례 지시했던 부분으로 안다”면서 “최대한 당겨서 해야 된다는 취지에는 수사팀도 모두 동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현호 선임기자,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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