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 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농단’ 범행 앞에 선처는 없었다.
장시호(38)씨가 삼성그룹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를 지원하도록 강요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지난 6월8일 구속기간 만료로 풀려난 지 181일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는 6일 직권남용 및 강요 등 혐의를 받는 장씨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관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위치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지난달 검찰의 구형의견(1년6개월)보다 높은 1년이나 높은 형이 내려진 것이다. 재판부는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에겐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할 목적으로 문체부 차관의 지위와 권한을 위법하게 사용하고 최씨의 사익 추구에 협력했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장씨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봤다. 장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및 최씨와 공모해 삼성그룹이 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지원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최씨 및 김 전 차관 등과 공모해 문체부 산하 그랜드코리아레저(지케이엘·GKL)가 영재센터에 2억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또 영재센터를 운영하며 국가보조금 7억여원을 가로채고(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 위반 및 사기), 영재센터 자금 3억여원을 개인회사인 더스포츠엠의 운영비로 빼돌린 혐의(업무상횡령)도 유죄를 피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장씨는 석방 6개월만에 다시 구치소 신세를 지게 됐다. 실형을 피하기 어려울 정도로 장씨의 죄책이 무겁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장씨는 검찰과 특검 수사, 관련 재판에도 성실히 임해 실체적 진실 규명에 적극 협조했다”면서도 “범행 시점을 기준으로 볼 때, 범행으로 가장 많이 이익을 봤다”고 했다. 영재센터 자금을 관리하고 운영을 전담하면서 기업 관계자들과 후원금 지급 협상을 진행하는 등 범행을 주도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봤다. 다만 김 전 차관이 삼성의 영재센터 지원 강요에 가담하진 않았다고 봤다. 김 전 차관의 압력과 무관하게,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간 단독면담 등으로 영재센터 지원이 이미 결정돼 있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지케이엘이 스포츠팀을 창단한 뒤 최씨 회사인 더블루케이와 용역계약을 맺도록 강요하고(직권남용, 강요), 지난해 말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나가 “최순실씨를 모른다”는 취지로 거짓증언한 혐의(국회증언감정법 위반) 등은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이날 재판부가 선고를 마치자 장씨는 당황한 목소리로 “아이를 혼자 두고 어디로 도주하겠느냐. 그동안 검찰에 협조한 것과 재판에 성실히 임한 걸 감안해 구속만은 (피하도록) 참작해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장씨는 김 전 차관과 방청객이 모두 퇴정한 뒤에도 법정에 남아 변호인들과 분주히 말을 나눴다. 재판부는 장씨가 퇴정할 때까지 법정을 지켰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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