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진행된 ‘국정농단 사건’의 1심 재판이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서울중앙지법에는 ‘국가정보원 정치농단’ 관련 기소가 이어지면서 ‘적폐청산 재판’이 계속되고 있다. 확인된 관련 사건 기소도 6일 현재 11건·27명에 이르러 서울중앙지법 형사 재판부는 국정농단에 이어 국정원 사건까지 도맡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김상동)는 이날 오후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과 함께 민간인으로 구성된 ‘사이버 현안대응 외곽팀’을 꾸려 2010년 12월부터 2년간 약 53억원의 예산을 지급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국고 등 손실)로 기소된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의 첫 재판을 열었다. 민 전 단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심리전단 소속 국정원 직원 장아무개씨와 황아무개씨는 “2010년 원세훈 원장의 지시에 따라 외곽팀을 확대했다”고 진술했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장씨와 황씨 역시 재판을 받는 처지다.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 간부들로 구성된 외곽팀장 등 민간인 8명과 함께 2012년 대선에서 여권 후보를 지지하거나 야당 후보를 비판하는 글을 등을 올린 혐의(국정원법·선거법 위반)로 기소됐기 때문이다. 이들의 ‘민간인 댓글 부대’ 사건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혐의를 인정해 지난 8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가 맡고 있다.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이 부회장 등의 뇌물 혐의 사건만 전담했던 형사27부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보수단체에 69억원을 지원하도록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된 허현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의 사건도 심리하고 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1심을 맡았던 형사30부(재판장 황병헌)는 배당이 확인된 국정원 재판 3건을 맡았다. 형사30부에는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의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진홍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과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 등의 사건도 배당됐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당 정치인을 비난하는 시국집회를 열도록 한 혐의 등을 받는 유성옥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 사건도 심리 중이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학사 비리 재판을 맡았던 형사29부(재판장 김수정)도 국정원 사건을 피하지 못했다. 형사29부에는 온라인 여론조작 혐의로 기소된 신승균 전 국익전략실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 정치인을 비판한 혐의로 기소된 박원동 전 국익정보국장의 사건이 배당됐다.
형사3단독 성보기 부장판사는 오는 14일 배우 문성근·김여진씨의 합성 조작 사진을 만들어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유아무개 전 심리전단장(현 국정원 2급 공무원)의 1심을 선고할 예정이다. 국정원 사건 중 첫 선고다. 반면 합의부에 배당된 대부분의 사건은 아직 재판을 준비하는 단계다. 기소된 25명 중 17명이 구속 상태여서 국정원 재판도 1심 최대 구속기간인 6개월이라는 시간과의 싸움이 불가피하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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