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무개(58)씨는 법원 감정평가를 믿고 경매로 농기계를 샀다가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은행 감정평가를 받았다. 어떻게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났을까?
손씨는 달걀 선별 및 도매업을 시작해보려고 2014년 9월 전주지법이 진행한 한 농기계 업체의 달걀 선별기 경매에 참여했다. ㅌ감정평가법인은 이 기계 가치를 6200만원으로 평가했다. 손씨는 2015년 6월 최고가인 4250만원을 불러 낙찰자가 됐다. 그런데 정작 낙찰받은 기계는 작동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였다. 손씨는 “전 주인이 기계를 안 쓰고 방치해뒀던 것 같다. 법원을 믿고 경매에 참여한 건데 손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손씨는 법원에 이의신청을 하던 끝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경매 11개월 뒤인 2016년 5월, 손씨는 이 달걀 선별기를 담보로 얼마라도 자금을 융통해볼까 은행을 찾았다. 그러나 은행은 감정평가 결과 이 달걀 선별기 실제 가치가 0원이라고 결론 내렸다. 수리를 하지 않으면 정상 작동이 불가능한데다, 장기간 방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경매를 진행했던 전주지법은 손씨의 손해배상 소송을 기각했다. 전주지법 형사3단독 정인재 판사는 지난달 1일 “(최초 감정평가를 했던) ㅌ감정평가법인은 두차례 현장을 방문해 기계를 직접 확인했고, 그 구조나 용도, 관리상태 등을 종합 참작하는 등 통상적으로 따라야 할 절차를 모두 밟았다”며 “경매 담당 공무원이나 감정평가법인이 고의나 과실로 손씨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손씨는 항소했다. 그는 “법원이 경매도 하고 판결도 기각했다. 답답해서 기가 막힐 지경”이라고 했다.
법원 경매 담당관 출신 한 법무사는 “경매 개시 당시 감정평가 결과와 절차 진행 뒤 실제 가치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를 감안해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며 “본인이 파악하기 힘들면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아야 하며 자신의 책임과 판단하에 경매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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