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시가 288억원어치 필로폰 8.6㎏ 압류
29만명 동시 투약분…나머지 8㎏ 행방 추적
29만명 동시 투약분…나머지 8㎏ 행방 추적
짙은 어둠이 깔린 바닷가, 어느 허름한 화물선 위처럼 인적이 드문 곳에서만 마약 거래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었다. 한국에서 거래하더라도 반드시 국내 폭력조직이 끼는 것은 아니었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수백억원어치 필로폰을 거래하던 일당이 잡혔는데 대만 조폭과 일본 조폭이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박재억)는 필로폰을 판매한 ㅎ(47), ㅅ(42) 등 대만 폭력조직원 2명과 이를 사들인 이아무개(59·재일동포)씨, ㄴ(41·일본인) 등 일본 폭력조직원 2명을 각각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또 대만 쪽 필로폰 ‘공급총책’ ㄱ과 ㅇ(62) 등 3명을 수배하고 현지 사법당국에 수사 공조를 요청했다.
검찰 조사 결과, ㅎ은 ㄱ의 지시를 받고 지난 9월27일 필로폰 약 16㎏을 수납장에 숨겨 홍콩발 화물선에 싣고 국내로 밀반입했다. 수납장을 만들 때 아예 필로폰을 은박지에 싸 안쪽 공간에 넣고 제작해 이를 발견할 수 없도록 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대만에서 별도로 파견된 판매책 ㅅ은 지난 10월19일 일본 조폭 이씨 등에게 필로폰 8㎏을 3억6800만원에 팔았다.
특히 이들은 번화가인 서울 강남의 지하철 2호선 역삼역 인근 거리에서 접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대를 확인하려고 갖고 있던 1000원권 지폐 일련번호 사진을 미리 교환한 뒤 만나서 일련번호를 확인하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만인 ㅅ과 재일동포 이씨를 체포한 뒤에 위장 거래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다음날 ㅎ도 추가로 붙잡았다”고 밝혔다.
검찰이 압수한 필로폰은 모두 8.6㎏으로 국내에 유통됐을 경우 29만명가량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소매가 기준으로 보면 288억원어치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국내에 밀반입된 나머지 8㎏ 정도의 필로폰을 추가로 추적하고 있으며, 밀반입된 필로폰이 국내 유통용인지 일부를 다시 해외로 밀반출하려 했는지도 조사 중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브리핑룸에서 일본, 대만 폭력단 조직원이 개입한 필로폰 밀수 사건 관련 압수품들을 정돈하고 있다. 검찰은 서울본부세관, 국정원과 공조수사 끝에 수납장 속에 필로폰을 숨겨 밀반입하려한 일본 폭력단 조직원인 재일교포와 대만 폭력단 조직원 등 4명을 마약 밀수, 거래 등의 협의로 구속기소하고 필로폰 8.6kg을 압수했다. 압수된 필로폰은 시가 288억 상당이며 29만명이 동시 투약가능한 분량이다. 2017.12.19 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