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공동취재단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북한과 종북세력으로부터 이 나라를 지키는 것이 공직자의 사명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반대 정파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지원배제 대상 명단 작성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일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내와 아들을 언급하면서는 눈물을 지으며 가족들 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조영철)는 19일 김 전 실장 등의 재판을 열고 특검과 변호인의 마지막 변론을 들었다.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심과 마찬가지로 2심에서도 징역 7년을 구형했다. 1심은 지난 7월 김 전 실장이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작성·실행을 지시한 혐의를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날 밤 8시가 넘어 최후진술에 시작한 김 전 실장은 “지금도 대한민국은 일당독재와 권력세습 불량국가인 북한의 핵무기, 미사일 실험 직접 위협과 도전받고 있으며 간접적으로는 고도의 통일전선 전략에 의해 위협받는 엄중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 종북세력으로부터 이 나라를 지키는 것이 공직자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결코 틀린 생각이 아니라고 믿습니다만, 문화예술활동의 특수성,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미흡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됐고 불편과 고통을 느낀 분들께 깊은 사과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각종 회의에서 한 발언은 자유대한민국 국가 공동체 위협이 되는 각종 활동에 국가가 국민의 세금을 지원할 수는 없다는 저 나름대로 국가수호의 소신에 따른 것이지 제 일신상의 이익이나 정파 이익을 위해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김 전 실장을 밝혔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을 지시한 적도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 전 실장은 “비서실장 재임 중에 반대 정파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지원이 배제돼야 한다는 생각 결코 갖지 않았으며 배제 대상 명단 작성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일도 없고 그런 명단을 본 사실조차 없다. 만일 제가 그때 그런 사실 알았더라면 정해진 준칙에 따라 투명하게 심의가 이뤄지도록 하라고 아마도 지시하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본인을 비롯해 이 사건으로 법정에 선 모든 피고인들이 결코 사리사욕이나 이권을 도모할 목적을 가진 건 아니었고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헌법적 가치를 위해 애국심을 가지고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다 벌어진 일이라는 것 한치에 의심도 없다.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저에게 물어달라”고 김 전 실장은 강조했다.
최후진술 중에 가족들을 언급하며 김 전 실장은 눈물짓기도 했다. 김 전 실장은 “저에게 남은 소망은 제 늙은 아내와 식물인간으로 4년 동안 병석에 누워있는 53살 된 제 아들의 손을 다시 한 번 잡아주고, 못난 남편과 아비를 만나서 지금까지 고생이 많았다는 말을 건네고 아들에게는 이런 상태로 누워있으면 아버지가 눈을 감을 수 없으니 하루빨리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라 이렇게 당부한 뒤 제 삶을 마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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