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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자폐’ 낯가림 12살, 얼음판에만 서면 ‘소녀전사’

등록 2017-12-22 19:55수정 2017-12-22 20:20

<한겨레>-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캠페인
③ 스피드스케이트 유망주 박하은양
평소땐 낯선 사람과 눈도 안마주쳐
시합땐 기싸움·몸싸움도 마다치 않아
3월 겨울철 스페셜올림픽서 2관왕
형편 탓에 2년째 낡은 스케이트 사용
장학금 많이 주는 한체대 진학 꿈
2017 오스트리아 스페셜올림픽 동계대회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로 출전했을 당시 박하은양의 경기 모습. 박양 어머니 제공
2017 오스트리아 스페셜올림픽 동계대회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로 출전했을 당시 박하은양의 경기 모습. 박양 어머니 제공
“하은아, 안녕. 오늘 컨디션은 어때?”

지난달 20일 충북 제천 실내 롤러스케이트 훈련장, 스케이트 끈을 조이던 박하은(12·홍광초6)양에게 기자가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끈을 만지던 박양이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숙여 얼굴을 가렸다. 자폐성 장애 2급인 박양은 평상시 낯선 사람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어머니 박진희(42)씨는 “하은이는 바깥에선 엄마가 없으면 화장실도 가지 않을 정도로 예민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스피드스케이트 소년부 충북도대표인 박양은 얼음판에만 서면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다른 선수들과 ‘기싸움’도 벌이고 시합 중 몸으로 부딪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날 박양은 오는 1월로 예정된 전국체전을 앞두고 중등부·고등부 스피드스케이트 도대표와 함께 ‘물레방아’라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10여명의 선수가 일렬로 트랙을 돌다 맨 뒤에 있는 선수가 앞 선수들을 제치고 맨 앞자리를 차지하는 훈련이다.

박양은 롤러스케이트로 스케이트 세계에 입문했다. 2013년 자폐증 심리 치료의 일환으로 롤러스케이트를 접한 박양은 2015년 겨울엔 스피드스케이트로, 이듬해 쇼트트랙까지 영역을 넓혔다. 지난해 박양은 비장애인 선수들과 경쟁해 스피드스케이트 소년부 도대표에 1등으로 선발됐다. 박양의 키는 1m30으로 초등학교 4학년 정도지만 압도적인 연습량으로 이를 극복한다. 장애인 체육에선 적수가 없다. 지난 3월 2017 오스트리아 스페셜올림픽 세계 동계대회엔 국가대표로 출전해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333m, 500m 종목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박양이 마음 놓고 운동하기엔 경제적 어려움이 크다. 어머니 혼자 삼남매를 키우는 박양의 집은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다. 기초생활수급비와 박양의 장애인 연금을 합친 매달 120만원이 생활비의 전부다. 박양이 스피드스케이트와 쇼트트랙을 넘나들며 대회에 출전하는 이유도 포상금 때문이다. 하지만 외부 지원과 박양의 포상금으로는 훈련비를 대기에도 빠듯하다.

좋은 장비는 꿈도 못 꾼다. 스케이트 한 켤레가 200만원. 성장기인 박양의 발이 커지고 있지만 재작년에 마련한 스케이트를 바꾸지 못하는 이유다. 임시방편으로 부츠의 볼만 자꾸 늘려 신는 형편이다. “코치님도 스케이트 부츠 볼을 늘리는 건 한계가 있다고 얘기해요. 무리를 해서라도 사주고 싶지만 이미 코치님께 빚진 훈련비만 수백만원이네요.”

박양의 꿈은 장학금을 많이 주는 한국체육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이다. 박양은 매일 밤 9시 반에 훈련이 끝나면 고등학생 오빠의 교과서를 보며 대학 생활에 대해 얘기를 한단다. 박양의 꿈에 응원을 보낸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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