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 특별법에 대한 위헌소송 각하 결정이 내려진 24일 오후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공판을 위해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헌재 ‘행정도시특별법’ 각하
헌법재판소는 행정도시특별법 헌법소원 사건을 7대 2로 각하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신행정수도특별법을 위헌 결정하면서 도입한 관습헌법 이론을 재판관들이 어떻게 적용했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의견이 갈렸다. 특히, 참여정부 들어 헌재에 들어간 재판관 3명은 한 목소리로 “관습헌법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전효숙·이공현·조대현 재판관 별개의견 각하
관습헌법 적용방식 따라 세가지 견해로 갈려 다수의견을 낸 윤영철,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재판관은 “수도가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이 사멸됐음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헌법개정 사항을 법률에 의해 개정하는 것은 청구인들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신행정수도 특별법 위헌 판례를 유지하면서도, 이번 행정도시특별법은 관습헌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일부 부처가 이전된다고 해서 관습헌법으로 굳어진 서울의 수도 기능이 해체되지는 않기 때문에 이 법에 따른 행정부서 이전은 헌법개정이 필요한 사항이 아니라는 논리다. 그러나 이들과 함께 각하 의견을 낸 전효숙, 이공현, 조대현 재판관은 이들의 관습헌법 이론을 전면 부정했다. 전 재판관 등은 “설령 관습헌법의 존재를 인정한다고 해도 이를 변경하려면 성문헌법의 개정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며 “그 이유에 관해서는 신행정수도 사건의 결정문 가운데 반대 의견에 설시된 논거를 원용한다”고 밝혔다. 이 논거는 지난번 신행정수도특별법 헌법소원 사건에서 유일하게 ‘각하’ 의견을 낸 전 재판관의 논리다. 당시 전 재판관은 “성문헌법 체계에서 국민주권의 행사는 저항권의 행사와 같은 특별한 예외가 아닌 한 성문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치적 의사결정 구조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헌재 구성이 달라지면서 당시 절대 소수였던 전 재판관의 의견이 세를 얻고 있는 것이다.
재판관별 의견
한편 권성, 김효종 재판관은 신행정수도특별법과 행정도시특별법의 동일성을 강조하며 강경한 어조로 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이 법은 이전 범위를 축소한 것 외에는 신행정수도법과 그 체제나 내용에 있어서 대부분 동일하고 건설되는 도시의 규모도 크게 다르지 않다”며 “이 법은 (신행정수도법의) 위헌성을 호도하는 형식적 분식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우리의 관습헌법의 이면에는 서울이라는 도시 하나만을 수도로 정한다는 소위 단일수도의 설정에 관한 결단이 선행적으로 내재돼 있다”며 “이것을 바꿔 복수의 수도를 선정하는 것은 헌법의 개정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발목잡던 위헌시비 ‘끝’ 국가 균형발전 가속도 행정·혁신·기업도시 건설 일정에 힘보태
차기 정권향배·수도권 반발등 암초 남아
행정도시 주요일정
충청권 “행정도시 대역사 닻 올린날”
서울시의회 “국민투표 거친 뒤 추진” 헌재 결정 각계 반응 행정도시특별법 위헌 소송이 각하되자 충청권과 정부 여당은 크게 반겼다. 한나라당은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으며, 서울시 등 수도권의 반발도 크게 누그러졌다. 충청권 잔치 분위기=염홍철 대전시장과 심대평 충남지사, 이원종 충북지사는 이날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은 그동안의 논쟁과 갈등을 마감하고 국가 백년대계인 행정도시 건설의 대역사가 닻을 올리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이제는 범국민적인 중지를 모아 행정도시 건설을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던 충남 연기·공주 주민들은 일제히 “행정도시 만세! 대한민국 만세!”등을 외치며 얼싸안고 환호했다. 행정도시 예정지 한복판 마을인 연기군 남면의 안원종(51·전 남면주민대책위)씨는 “또다시 ‘위헌’이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이제는 정부가 주민 화합을 위한 대책을 세우고 주민의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연기군대책위원회와 시민단체, 예정지역 주민 2천여명은 이날 오후 6시 조치원역 광장에서 자축 행사를 열어 행정수도 사수 투쟁에 앞장선 지역민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먹거리를 나눠 먹으며 합헌 결정을 축하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도 이날 오후 6시부터 중앙로 등지에서 시민들에게 합헌 축하 떡을 나눠 주었다. 서울시 의회 “국민투표해야”=이명박 서울시장은 이날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행정도시특별법의 위헌 여부에 대한 논란은 종결된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특별법 자체가 위헌이 아니라고 해서 수도 분할이 결코 좋은 정책은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수도분할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에서 “수도 분할에 대한 헌재의 각하 결정은 법률적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수도 이전이나 분할 등 국가의 중대 사안은 오로지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라며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의 의사를 반드시 물은 뒤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26일 오후 3시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수도분할 반대 집회를 여는 한편 수도 분할에 반대하는 전국 자치단체들과 협조해 반대 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치권=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논평에서 “헌재의 합헌 결정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환영한다”며 “소모적인 논쟁을 접고 균형발전사회 건설을 위해 국민적 의지와 국가적 역량이 하나로 모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은 “헌재의 합헌 결정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수도권과 지방이 ‘윈-윈’하는 정책을 개발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계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헌재 결정을 국운으로 받아들이고 존중한다”며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이번 결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역시 정치권이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전 청주/송인걸 오윤주, 성연철 이호을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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