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이순신 장군 종가 쪽이 국보 76호로 지정된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현충사에서 전시하는 것을 중단해달라고 문화재청에 요구했다.
난중일기의 소유주이자 이순신 가문의 15대 맏며느리인 최순선씨는 “난중일기를 포함한 충무공의 유물들의 현충사 전시를 내년 1월1일부터 중단해달라”는 내용의 전시불허서류를 지난 28일 문화재청에 제출했다.
‘난중일기’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기간 중인 1592년부터 1598년까지 작성한 일기로 충남 아산시 현충사에 보관되어 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간결한 서술로 학술적 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전쟁 중 지휘관이 직접 작성한 진귀한 기록이라는 점이 인정돼 지난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최씨는 현충사 본 전각에 걸려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을 철거해달라는 요청에 문화재청이 별다른 반응이 없자 전시 중단을 결정했다. 최씨는 지난 9월 문화재청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현충사 현판을 내리고 숙종의 사액 현판으로 되돌려야 한다”며 올해 말일까지 답변을 요구한 바 있다.
최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현충사에 덧씌워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념관’이라는 정치적인 색깔을 빼고 싶었다"며 "문화재청에서 오늘까지도 아무런 반응이 없어 전시 중단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순신 장군을 기리기 위해 1706년(숙종 32년)에 충청도 유생들이 세운 ‘현충사’는 1년 뒤 숙종의 사액(임금이 사당·서원 등에 이름을 지어서 문 위에 거는 액자인 ‘편액’을 내리는 일)을 받았다. 1966년 박 전 대통령이 ‘현충사 성역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숙종이 내린 사액현판은 박 전 대통령 친필 현판에 자리를 내줘야 했다. 문화재제자리찾기의 혜문 대표는 “현충사가 역사적인 근거를 갖는 것은 숙종이 사액 현판을 내렸기 때문이다”라며 “박 전 대통령의 현판을 걸어놓는 것의 현충사의 역사성에 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현재까지는 교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29일 <한겨레>에 “박 전 대통령 현판 교체에 대해 지난 11월에 한 차례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내년 2월에 다시 관계자문회의를 열어 논의를 할 계획이다”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충사에 심어져 논란이 되었던 ‘금송’ 나무는 내년 중에 다른 장소로 이전될 계획이다. 현지에서는 ‘고우야마끼’로 불리는 금송은 일본신화에도 등장하는 일본의 상징적인 나무다. 현재 현충사에는 박 전 대통령이 1970년 ‘성역화 작업’ 중 헌수한 금송이 심어져있다. 이순신 종가가 지난 9월 박 전 대통령 현판 교체와 함께 금송 제거도 요구하자, 김종진 문화재청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현충사와 칠백의총에 식수된 금송을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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