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17일 강원도 태백 문화예술회관에서 황윤상군과 태백팀 선수들이 체력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은 12월 중순이 넘어야 눈이 쌓이는 탓에 선수들은 초겨울까지 한국에서 설상 훈련을 하기 힘들다.
강원도 태백시 황지고등학교 3학년 황윤상(18)군은 ‘트리플 에이(A)형’ 바이애슬론 선수다. 소심하고 부끄러움이 많다며 스스로 지은 별명이다. 담당 코치도 “윤상이는 평소에 ‘네’ ‘아니요’ 말곤 대답도 잘 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바이애슬론 이야기를 시작하면 윤상이의 눈빛이 달라졌다. 좀처럼 입을 열지 않던 황군에게 “바이애슬론 훈련을 하는데 왜 스키를 타지 않고 달리기를 하냐”고 묻자 “오르막과 내리막에서 스키를 빠르게 타려면 다리가 튼튼해야 한다”며 눈을 반짝였다.
지난달 17일 태백 문화예술회관에서 만난 황군은 2011~2018년 전국체전에서 바이애슬론 강원도 대표로 뛰었다. 이날 황군은 후배 선수들과 함께 달리기 훈련을 하고 있었다. 바이애슬론은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이 결합된 종목이다. 소총을 메고 노르딕 스키를 탄 선수들이 장거리 코스를 내달린 뒤 사격장으로 들어서 사격을 하는 종목이다.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타고 총을 쏘는 종목이니 스키를 타면서 훈련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한국에서 설상 훈련이 가능한 기간은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3개월 남짓이다.
황군은 초등학교 5학년 재학 중 “운동신경이 좋아 보인다”며 교장이 바이애슬론을 권유해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황군은 2011년 8월 전국스키협회장컵 하계 전국 바이애슬론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딴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바이애슬론 선수로 14개 메달을 땄다.
황군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와 연락이 끊기고 외조부모와 함께 산다. 경기가 끝나면 외할머니가 다른 사람들의 차를 얻어타고 경기장에 온다. 작은 체구 때문에 바이애슬론을 잠시 떠난 적도 있었다. ‘복사’(엎드려 쏘기)만 하면 되는 초등부와 달리 중등부 이상은 ‘입사’(서서 쏘기)를 해야 하는데, 중학생 무렵 황군은 몸무게가 50㎏도 안 돼 4㎏에 이르는 총을 들 수 없었다. 고등학교 2학년까지 사격이 필요 없는 크로스컨트리를 하게 된 이유다. 그러다 올해 초 재미 삼아 쏴본 바이애슬론 사격 성적이 좋았다. 키도 10㎝ 넘게 크고 몸무게도 10㎏ 넘게 불어 총을 메고도 너끈히 스키를 탈 수 있게 되면서 황군은 한동안 놓았던 총을 다시 들었다.
황군이 2015년 12월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에서 열린 시로가네컵 대회에 참여한 모습이다.
바이애슬론은 ‘비인기종목 중에서도 비인기종목’이라고 불리는 탓에 훈련 환경이 열악하지만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의 후원으로 일본 전지훈련도 다녀오곤 했다. 내년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재단은 황군의 개인 바이애슬론 장비와 스키복을 지원할 예정이다.
황군은 국가대표 바이애슬론 선수로 2022년 베이징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지만, 가슴 한켠엔 금메달을 넘어서는 꿈도 간직하고 있다. 황군은 바이애슬론 남자 세계랭킹 1위 프랑스의 마르탱 푸르카드가 대회를 망치고도 동료 선수들을 끝까지 응원했던 순간을 기억한다. “푸르카드처럼 동료 선수들을 품을 줄 아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은퇴 후에는 받은 것을 돌려주는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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