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왼쪽부터)과 길벗한의사회 오춘상 한의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홍종원 의사가 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랐다고 알리며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들은 파인텍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굴뚝에서 64일째 고공농성 중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소속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의 건강과 안전 등 전반적인 인권 상황을 확인하러 오늘 현장을 찾았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영하 15도를 넘나드는 강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11월12일부터 고공농성 중인 파인텍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상황을 점검하고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와 의사들이 나섰다.
금속노조 파인텍지회는 14일 오전 10시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앞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75m 굴뚝에서 64일째 고공농성 중인 홍기탁·박준호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상황을 점검하고자 조영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의사 홍종원씨, 청년한의사회 소속 한의사 오춘상씨가 굴뚝에 오른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4년부터 2015년에 걸쳐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 지회장이 구미 스타케미칼 공장 굴뚝에서 408일간 고공농성을 한 끝에 본사로부터 노조승계·고용승계·단협승계라는 3승계를 약속받았다. 그러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2년 동안 투쟁을 벌이다 결국 홍씨와 박씨가 지난해 말 다시 굴뚝에 오르게 됐다.
이날 사회를 맡은 송경동 시인은 “이번 주 영하 15도 넘는 차가운 날씨 계속됐다. 굴뚝 위에 있는 두 노동자들의 마음과 건강이 어떤 상태일지 매우 걱정된다”며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은 “우리 사회의 인권지수가 많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노동인권 측면에선 여전히 많은 문제 안고 있다”며 “무엇을 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아픈 곳을 찾아가서 그들이 외치고자 하는게 무엇인지 듣고 우리 사회의 지혜를 모으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의사 홍종원씨는 “두 사람이 건강을 잃지 않고 싸움 지속할 수 있도록 돕겠다”면서도 “다시는 노동자들이 높은 곳에서 목숨 걸고 싸우지 않도록 우리 사회 변했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춘상씨는 “두 달 동안 고공 농성을 하면서 얼어붙은 몸과 마음의 상태를 보고 내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굴뚝에 오르는 세 사람은 양천소방서의 도움을 받아 10시30분께 보호장비를 착용했고 10시50분께부터 걸어서 굴뚝을 올랐다. 계단을 올라가는 45미터까지는 세 사람과 함께 경찰 1명과 연대 농성자 1명이 동행했다. 사다리를 올라야 하는 이후 30미터는 보호장비를 착용한 세 사람만 올라갔고 11시25분 굴뚝에 도착했다. 의료진은 홍씨와 박씨의 혈압·혈당·동상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건강 상태 점검에 필요한 채혈 세트와 혈압계, 혈당계 등 장비는 기자회견 시작 전에 가방에 담아 밧줄에 걸어 굴뚝 위로 먼저 올려보내졌다. 조 사무총장은 굴뚝 생활을 하면서 음식과 옷, 잠 등 기본적 인권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교섭 상황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 상황을 확인하고 굴뚝에 오르고 내리는 시간은 총 두 시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1시 이후 검진 마치고 내려오자마자 조 사무총장과 의료진은 노동자들의 상태를 보고하는 기자회견을 다시 열 예정이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