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가운데)이 2012년 11월3일 오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서울 서초구 서초동 특별검사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명박 청와대’의 국가정보원 ‘뒷돈’ 수수 의혹을 파헤치는 검찰의 수사 속도가 매섭다. 검찰은 14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소환조사를 끝낸 지 8시간여 만에 김 전 기획관과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대통령이 참모들과 긴급회의를 여는 등 대응에 나서는 것에 발맞춰, 검찰도 수사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는 모양새다.
국정원이 ‘이명박 청와대’에도 특수활동비를 상납했다는 의혹은 지난 12일 검찰이 김 전 기획관 등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불거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 4일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뇌물 혐의로 기소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특활비 상납 의혹도 수사하고 있냐’는 질문에 “수사 대상에 대해선 답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은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검찰은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등이 아닌 자체 인지를 통해 상당 부분 ‘은밀한’ 수사를 진행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이달 초 이명박 정부 때 재직했던 김주성·목영만 전 국정원 기조실장을 여러 차례 불러 소환조사를 했던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이들은 당시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 특활비를 이명박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원세훈 전 원장뿐 아니라 국정원 예산담당 직원 등 관계자들로부터 청와대에 돈이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일단 ‘이명박 국정원’의 상납이 비정기적이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국정원 살림을 총괄하는 이들의 진술을 통해 ‘물꼬’를 튼 만큼 향후 보강수사 결과에 따라 지금껏 파악된 5억원 안팎보다 액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박근혜 청와대’ 상납 사건에서도 국정원 예산 담당자이자 청와대에 상납한 돈의 ‘전달자’였던 이헌수 전 기조실장의 구체적 진술이 수사의 디딤돌이 됐고, 이후 ‘문고리 3인방’의 자백과 국정원 예산 집행내역서 등이 핵심 증거가 됐다.
검찰은 수사가 본궤도에 오른 만큼 향후 국정원 돈이 청와대로 상납되는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에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검찰 안팎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1년 선배로, 30년 넘게 최측근에서 ‘집사’ 역할을 한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김 전 기획관은 지난 13일 오후 검찰에 소환돼 11시간에 걸쳐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으나,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로서는 김 전 기획관이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이 사건 관련자들과 입 맞추기를 할 가능성이 높아 서둘러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검찰이 그의 진술과 상관없이 혐의를 입증할 정도로 주변 인사들의 진술과 관련 증거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수사 성과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참모들과 긴급회의까지 챙기면서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어, 검찰은 ‘박근혜 청와대’ 특활비 상납 수사 때보다 넘어야 할 산이 훨씬 더 많은 상황이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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