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생존 철거민 이충연(왼쪽부터), 천주석, 김주환, 김창수씨가 지난 1월6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촉구 집회’에 참여했다. 이들은 오는 25일 개봉하는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공동정범>의 주인공들이다. 용산참사 9주기 추모위원회 제공
“이제라도 이명박 정부하에서 일어난 국가폭력인 용산참사의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2009년 1월20일 서울 한복판 한강로 대로 옆 남일당 건물에 불길이 치솟았다. “여기 사람이 있어요!” 다급한 목소리를 뒤로하고 철거민 5명과 진압 경찰 1명이 숨을 거뒀다. 검찰 수사와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사법 절차는 마무리됐지만 여전히 참사의 진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용산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과 망루에 있다 수감된 철거민들은 한결같이 “용산참사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외쳤다. 참사로 아버지를 잃은 철거민 이충연(45)씨는 “경찰청장 내정자였던 김석기 당시 서울경찰청장이 직접 강제 진압을 지시했는지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같은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며 “참사 1년 전부터 용역 깡패의 폭력에 견디다 못해 망루에 올랐고, 가족까지 잃은 우리가 왜 살인자가 돼야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용산참사의 진상을 밝혀달라고 끊임없이 외쳤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이들의 요구에 9년 동안 묵묵부답이었다. 마침내 지난해 12월29일 특별사면으로 형사 처벌을 받았던 철거민들은 복권됐다. 이달 말부터 활동하는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는 용산참사를 주요 사건으로 선정해 진압 과정의 불법성에 대한 조사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비극이 일어난 지 9년 만에 진상규명을 위한 분위기가 처음으로 조성된 셈이다.
이씨는 “경찰청 조사만으로는 폭력적인 강제진압이 자본과 정치 권력의 유착관계에서 일어난 사실이 드러나기 힘들어 보인다”며 “용산참사는 경찰, 검찰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모순이 모두 함축돼 있다”고 말했다. 철거민의 재판 과정에 대리인으로 참여한 권영국 변호사는 “무리한 재개발과 재건축 과정, 그 사이에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자본과 권력이 드러나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가 자본과 어떤 식으로 연루됐고, 어떻게 강제진압을 결정하게 된 것인지 단서들을 하나씩 찾아 들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용산참사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도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제집행 시 집행관이 아닌 용역직원들이 유형력을 행사하는 등 개입할 수 없도록 규정한 민사집행법 개정안을 준비해 다음주 중 발의할 예정이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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