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21일 낮 취객이 불을 질러 6명이 숨진 방화 사건이 발생한 서울 종로구 서울장여관 앞에서 분향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하루 숙박비 1만5천원, 값싼 숙소를 찾았던 세 모녀와 장기 투숙을 통해 거처를 마련해온 저소득층 노동자 두 명 등 모두 6명이 서울 종로구 한 여관에서 일어난 방화로 목숨을 잃었다.
20일 새벽 서울장여관에서 일어난 화재로 숨진 투숙객 6명 가운데 3명은 방학을 맞아 전남 장흥에서 서울로 여행을 왔던 모녀 사이인 것으로 21일 드러났다. 서울 혜화경찰서의 설명을 종합하면, 사망자 가운데 박아무개(34)씨와 이아무개(14)양, 이아무개(11)양은 모녀 사이로 각각 재학하고 있던 중학교와 초등학교의 겨울방학을 맞아 서울로 여행 온 첫날 변을 당했다. 경찰은 이들 모녀가 지난 15일부터 국내 다른 여행지를 돌아보고 19일 서울로 올라와 사고가 난 여관에 묵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숙박비가 저렴한 곳을 찾아 이곳에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모녀는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105호에 머물고 있었으나 결국 여관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직장 때문에 여행에 동참하지 못했던 박씨의 남편 이아무개씨가 이날 서울로 와 혜화경찰서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1시께 중상을 입었던 투숙객 김아무개(54)씨도 숨져 사망자는 모두 6명으로 늘었다. 경찰은 사망자 6명의 주검에 대한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세 모녀를 제외한 다른 희생자들도 저렴한 가격에 이 여관에서 기거하던 저소득층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종로5가 인근 골목에 자리잡은 서울장여관은 숙박비가 저렴해 보증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노동자들이 ‘달방’으로 장기 투숙하던 곳이었다. 서울장여관 바로 건너편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ㄱ씨는 “서울장여관은 인근 다른 여관에 비해서도 가격이 싼 오래된 여관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오랫동안 살던 쪽방 같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장여관은 장기 투숙의 경우 한달에 45만원, 단기 투숙의 경우 하루 1만5천원~2만5천원 수준의 숙박비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당일 이 여관에 투숙하던 10명 가운데 3명은 장기 투숙으로 여관에 머물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박재순 판사는 여관에 불을 질러 사람을 죽게 한 혐의(현주건조물 방화치사)를 받는 유아무개(52)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씨는 투숙객이 잠든 지난 20일 새벽 3시8분께 여관 업주 김아무개(71)씨가 “성매매 여성을 불러달라”는 자신의 요구를 무시했다는 이유로 여관 입구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애초 김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유씨에게 경고한 뒤 집으로 돌려보냈지만, 유씨는 근처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산 뒤 여관을 다시 찾아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유씨는 불을 낸 직후 112로 범행사실을 직접 신고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유씨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중식당에서 배달부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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