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2심에서 무죄가 나온 사건에 대해 형사상고심의위원회(상고심의위)를 열어 상고를 포기한 첫 사례가 나왔다. 시민의 의견에 따라 관행화된 상고를 포기한 대신 피고인의 이익을 지킨 것이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15일 전국 최초로 상고심의위를 열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 박아무개(68)씨 사건의 상고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박씨는 2016년 3월 경비원 최아무개씨에게 나뭇가지 절단 업무를 지시했다가 최씨가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로 그해 9월 불구속 기소됐다. 숨진 최씨는 당시 발판이 없는 사다리에서 나뭇가지를 자르다가 3.6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1·2심 재판부는 사다리가 놓인 장소가 경사지여서 발판을 설치할 의무가 없고, 박씨가 경비원들에게 추락을 막을 안전대를 지급하였음에도 최씨가 착용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15일 열린 상고심의위에서는 박씨에게 안전대 착용 여부까지 확인할 의무가 있었다는 의견과, 보호구를 지급했으므로 의무를 모두 이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4대4로 팽팽하게 맞섰다. 상고심의위는 대한변협, 법무사회, 관내 대학으로부터 추천받은 변호사 5명, 법무사 2명, 교수 5명으로 이뤄졌다. 1·2심 모두 무죄로 판결된 사건의 경우 상고심을 포기하는 대신 피고인의 인권을 보장할 것인지 시민의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로 설치된 기구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의 인권과 관련되고 가·부 의견이 동수로 나온 만큼 상고가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돼 상고 포기 결정을 내렸다”며 “앞으로도 투명하고 신중하게 상고권을 행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장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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