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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교사 해고·학생들 교무실 점거…연희미용고에 무슨 일이?

등록 2018-01-29 11:57수정 2018-01-29 20:41

학교 상속자들, ‘재정 부실’ 이유로 법인화 거부
재학생 졸업하는 2020년 폐교 기정사실화
교육청 “사유재산 법인 전환 강제 못해”
학생들 “학습권 보장하고 학교 돌려달라” 시위
29일 서울 구로구의 연희미용고 학생들이 ‘교사 부당해고 철회’,‘학교 정상화’ 등을 요구하며 교무실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연희미용고 학생 제공
29일 서울 구로구의 연희미용고 학생들이 ‘교사 부당해고 철회’,‘학교 정상화’ 등을 요구하며 교무실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연희미용고 학생 제공
불투명한 재정집행 등 ‘파행운영’으로 논란을 빚은 서울 구로구 연희미용고등학교가 새해 신입생을 뽑지 않고 교사를 해고하는 등 폐교 수순을 밟고 있다. 아직 학교에 남아있는 학생들은 학습권 보장을 요구하며 교무실을 점거하는 등 시위에 나섰다.

연희미용고 설립자인 박아무개 교장의 ‘파행운영’은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의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교장 박씨는 학교 건물을 담보로 돈을 빌려 사적으로 유용하고 이자마저 학교 돈으로 내는 등 교비를 제 지갑 속 돈처럼 사용했다. 수학여행 경비, 급식비, 해외연수비 등도 교비 회계에 편입하지 않고 불투명하게 운영해 교육청의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불투명한 재정운영의 대가는 학생과 교사들이 치러야 했다. 연희미용고에는 학생들이 이용할 보건실·독서실·방송실이 없다. 예배당, 실습실로 쓰이던 신관이 매각돼 어느날 갑자기 요양병원으로 바뀌었지만 학생들에게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2012년 대폭 삭감된 교사들의 월급은 지금까지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교장 박씨는 2012~2015년 사이 증빙자료 없이 업무추진비·학교홍보경비 등의 명목으로 3억여원을 수당으로 타갔다가 교육청의 경고를 받았다.

지난해 박씨가 숨지고 학교를 물려받은 상속자들은 재정이 부실화됐다며 사실상 폐교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신입생을 뽑지 않았다. 지난 26일에는 교사 다섯 명에게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해고를 통보했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연희미용고가 일반 고등학교가 아닌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이기 때문이다. ‘평생교육시설’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정규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근로 청소년이나 자퇴 등으로 학업을 그만둔 청소년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다. 문제는 2007년 평생교육법이 개정되면서 ‘평생교육시설’의 설립주체가 개인이 아닌 법인으로 제한됐다는 점이다. 법 개정 이전에 설립돼 개인이 소유한 학교들도 설립자가 사망한 뒤에는 법인으로 전환돼야 한다. 상속자가 법인화 의지가 없는 경우 폐교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 학교 설립자 박씨의 상속자들 쪽은 “학교를 법인으로 전환시킬 재정적 여건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재학생이 졸업하는 2020년까지 폐교 수순을 밟겠다는 뜻이다. 이 학교 교사 ㄱ씨는 “학교 건물과 부지 등을 매각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책은 없다. 서울시교육청 쪽은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은 사실상 사유재산이어서 관할청이 법인 전환 등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학교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29일 수업을 거부하고 교무실을 점거하는 등 집단 반발하고 있다. 연희미용고 학생 450여명은 ‘해고 선생님 복직’, ‘학교 법인화 이행’ 등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학생 대표 이현민(17)양은 “해고된 다섯 분의 선생님 중에는 우리 학교에 한 명뿐인 수학선생님도 포함돼 있다. 학생들에게 어떤 통보도 없이 선생님들을 해고하고 폐교 수순을 밟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29일 청와대 청원 누리집에는 ‘연희고 학생과 선생님을 도와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제기됐다.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73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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