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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법 덕분에…장애인 서영이, 놀이기구 맘껏 타요

등록 2018-01-31 23:04수정 2018-02-01 09:50

장애인차별법 금지 시행 10년
지적장애 10대 에버랜드 탑승 거부
소송 끝 “일률적 탑승제한 안돼” 판결
장애인 교원 임용시험 규정도 바뀌어
“장애 유형 맞는 편의제공 안한건 위법”

차별금지법 이후 권리구제 길 넓어져
구제조처 강제성 확보 방안은 숙제
홍서영(19·지적장애 1급, 왼쪽에서 두번째) 양이 지난 14일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놀이기구를 이용하고 있다.
홍서영(19·지적장애 1급, 왼쪽에서 두번째) 양이 지난 14일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놀이기구를 이용하고 있다.
홍서영(18·지적장애 1급)양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부터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를 놀이터처럼 자주 찾았다. 유달리 놀이기구를 좋아해서가 아니다. 지속적 공복감을 유발하는 프래더윌리 증후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비만과 합병증을 얻을 수 있어 활발한 신체활동이 필수적이다. 서영양에게 한 달에 한번 넓은 놀이공원을 뛰어다니는 것은 취미를 넘어, 생존과 관련되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11년간 에버랜드를 이용했던 서영양이 놀이기구를 탈 수 없을 때도 있었다. 2014년 6월엔 지적장애를 이유로 가장 좋아하는 ‘우주전투기’ 탑승을 거부당했다. 에버랜드 쪽은 “지적장애인이 돌발행동으로 안전사고를 일으킬 수 있으니, 서영양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탑승을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영양 가족은 에버랜드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이듬해 9월 1심 재판부는 정신적 장애가 있는 이의 탑승을 제한하는 가이드북 문구를 수정하라고 주문했다. 장애를 이유로 한 일률적 차별은 부당하다는 판단이었다.

법원 판결 이후 지적장애인이란 이유만으로 근거 없이 놀이기구 탑승을 막는 일에는 어느 정도 제동이 걸렸다. 2007년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 덕분이다. 이 법에 따라 법원은 차별행위로 인한 피해에 대한 배상은 물론, 차별행위를 바로잡기 위한 조처도 주문할 수 있다. 사법부가 강제력을 가진 판결을 통해 장애인의 권리를 구제할 수 있는 수단을 두텁게 한 셈이다. 지난 10년간 법원에선 6차례 구제조처를 받아들였다.

15년 만에 중등 특수교사의 꿈을 이룬 장혜정(37·뇌병변 1급)씨도 장애인차별금지법 소송을 통해 구제조처를 끌어낸 경우다. 장씨는 2014년 광주시 중등 특수교사 임용시험 2차 면접에서 “학생과 언어소통이 어렵고 비언어적 표현도 매우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40점 만점에 0점을 받아 최종 불합격했다. 언어장애가 있는 장씨에게 필수적인 의사소통 보조기구 대신 스케치북만 제공됐을 뿐이었다. 장씨는 결국 법원을 찾았고 “시교육청이 장애 유형에 맞는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차별행위로 위법하다”는 판단을 받아냈다. 또 재면접을 거쳐 지난해 광주교육청 특수교사로 임용됐다.

제도적 변화도 나왔다. 교육부는 2017년 중등교사 임용시험부터 장애 정도에 따라 뇌병변 장애인의 시험시간을 연장하고 의사소통 보조기기 지참을 허용하도록 지침을 바꿨다. 장씨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장애인이 사회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공문서에 확고히 남겨 뿌듯하다”고 했다.

하지만 어렵게 구제조치를 받아내고도 계속 차별을 당한 끝에 또 법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 2년간 두 차례나 학교와 법정 공방을 벌인 김진호(56·지체장애 1급) 서해대학교 학사지원처장이 그런 사례다. 2013년 학교는 교통사고로 지체장애 판정을 받은 김씨를 학사지원처장 임명 대상에서 제외했다. 김씨는 “장애를 이유로 한 불합리한 차별”이라며 자신을 심사 대상에 포함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듬해 어렵게 승소했지만 학교가 법원 판결을 따르지 않아 그는 다시 법원 문을 두드려야 했다. 결국 그는 서해대가 교육부 감사를 받고 이사진이 교체된 2016년 4월에야 뒤늦게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휠체어 이용자에 대한 승차거부에 2년째 고통스러운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는 임태욱(27·뇌병변 1급)씨도 비슷한 경우다. 경기도 평택의 대학 기숙사에서 평택역까지 이동할 때마다 번번이 “휠체어 승강기가 고장났다”, “승강기 사용법을 모른다” 등 이유로 탑승을 거부당한 그는 지난해 경기도의 버스회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버스회사가 운전자들에게 휠체어 승강기 사용방법을 교육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그는 그 뒤에도 몇 차례 승차거부를 당했다. 임씨는 “이동시간이 15분에 불과한 버스를 타기 위해 매번 1시간씩 기다린다”며 “버스회사를 상대로 이동권 보장을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의 또다른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염형국 변호사는 신속한 차별개선 등 구제조처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법원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별도 비용을 내도록 하는 이행강제금 제도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앞선 서영양 재판에서 법원이 “구제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매일 10만원을 줘야 한다”고 못박았던 사례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글·사진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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