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임 간부가 명예퇴직금으로 받은 3천만원을 시민단체 서른 곳에 기부했다.
정용건(54·사진)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신한금융투자에서 29년 동안 근무하고 지난해 12월31일자로 명예퇴직했다. 정 전 부위원장은 명예퇴직금 1억9천만원 가운데 3천만원을 시민단체 서른 곳에 100만원씩 나눠 기부했다. 서른 곳에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꿀잠, 사회연대노동포럼, 레디앙 등 노동단체와 형편이 어려운 고등학생 1명도 포함되어 있다. 열악한 재정 환경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들이 많다.
정 전 부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사람들이 서로 나누면서 사는 사회를 만들고 싶었는데, 그러려면 나부터 나눔을 실천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신한금융투자에 입사했던 1989년 무렵은 직장 내 민주화 운동이 활발하던 때였다. 입사 뒤 증권노동자들 현실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1995년부터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이후 신한금융투자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위원장과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기부하고 남은 명예퇴직금은 모두 빚을 갚는 데 썼다는 그는 “이제 퇴직연금 말고는 남은 돈이 없다”며 웃었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아직 젊으니 잠시 쉬고 난 뒤에 무슨 일이든 또 하면서 지낼 겁니다. 새로운 직업을 찾은 뒤에도 기부는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