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이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전원위원회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 중인 피의자를 다른 교정시설로 강제 이감시켜 조사하면 안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재판 중인 피의자를 다른 교정시설로 강제 이감시킨 검사에게 주의 조치를 하라고 해당 검사가 속한 검찰청의 검사장에게 권고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총장에게는 검사가 수용자들을 조사할 때 인권보호 수사준칙을 준수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실태점검을 하고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사기 혐의 피의자로 수도권의 한 교도소에 구속 수감 중인 ㄱ씨는 10일간 다른 구치소로 이송돼야 한다고 이송 당일 아침에 통보 받았다. ㄱ씨가 재판 받고 있는 것과 다른 사건의 조사를 위해서였다. ㄱ씨는 “11일 뒤 재판이 있어 변호사를 만나기로 했다”며 이송을 거부했지만, 검사는 이를 무시하고 ㄱ씨를 영남 지역의 구치소로 강제 이송했다. ㄱ씨가 제기한 진정을 바탕으로 인권위가 조사를 벌인 결과, 해당 검사는 ㄱ씨에게 사전에 출석 통지를 하지 않았고 ㄱ씨가 무슨 사건의 어떤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지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가 법무부 통계 자료 분석한 결과, ㄱ씨처럼 재판 중인 피의자가 다른 사건의 수사를 위해 다른 교정시설로 이송된 경우는 지난해 1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420건에 달했다.
인권위는 “구금 장소를 함부로 변경하면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수용자의 방어권 행사에 큰 지장을 가지고 올 가능성이 크다”며 “수사를 위한 검사의 이송 요청은 불가피한 경우에 극히 예외적으로만 허용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 “수용자가 이송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면 검사는 법원의 영장을 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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