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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재용 36억 뇌물 유죄라며 ‘왜 줬나’ 설명 안한 항소심

등록 2018-02-10 05:00

정유라 승마지원 36억 유죄라며 동기 설명 안해
‘강요의 피해자’ 구도 택해 형량 낮춰
‘동기’ 중요한 제3자뇌물죄에서 ‘부정청탁’ 배제
법조계 “알리바이로 만든 제3자는 달리 봐야”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의왕/김경호 선임 기자 jijae@hani.co.k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의왕/김경호 선임 기자 jijae@hani.co.k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쪽에 36억여원의 뇌물이 건너간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 부회장이 왜 이 돈을 건넸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뇌물공여자의 ‘동기’를 중요시하는 ‘부정 청탁’의 입증 수준에 대해 대법원이 나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정유라씨 승마 지원을 위해 최씨 쪽에 건넨 36억원은 박 전 대통령의 직무와 대가관계만 있으면 뇌물로 인정되는 직접뇌물죄다. 최씨에게 건넨 돈이 박 전 대통령에게 건넨 것과 같다는 것을 이 부회장이 알고 있었고, 대통령의 직무범위가 상당히 넓은 이상 이 부회장이 특정 현안을 청탁하지 않아도 뇌물죄는 성립한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즉 직접뇌물죄에 한정해서 보면, 이 부회장이 돈을 건넨 이유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지 않고도 유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동기는 형량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질책 뒤 수동적으로 돈을 준 것이라고 요약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요구형 뇌물이라도 현안이나 정부의 ‘협조’에 대한 기대가 있다면 형이 달라지는데 재판부는 수위가 가장 낮은 ‘피해자’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상훈 변호사도 “재판부가 이 부회장 동기를 ‘최소한의 불이익을 안받기 위함’이라면서도 불이익의 내용을 일절 설명하지 않아 공격받을 여지를 남겼다”고 했다. 앞서 1심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작업’이라는 현안이 있었고, 이는 직접뇌물죄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직무범위에 속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재판부는 직접뇌물과 달리 이 부회장의 동기가 중요한 제3자 뇌물죄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한 기준을 들이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은 물론이고 ‘승계작업’이라는 포괄 현안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결국 부정 청탁이 배제되고, 직접뇌물죄에서는 ‘강요의 피해자’라고 갈음함으로써 이 부회장의 동기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남긴 것이다. 삼성 쪽은 대법원에서 ‘직권남용 행위의 피해자’라는 주장을 밀어붙여 36억원에 대해서도 무죄를 얻어낸다는 계획이다.

판사들 사이에서는 부정 청탁 기준을 획일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제3자가 실질적으로 제 역할을 하는 경우와 허울에 불과한 경우는 달리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르·케이스포츠재단처럼 설립 전에 지원을 요청한 경우 재단은 뇌물을 숨기기 위한 ‘알리바이’라고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 경우 (개별·포괄) 현안의 존재만 인정되면 제3자 뇌물죄도 넓게 인정될 수 있다. 한 판사는 “박 전 대통령이나 최씨가 재단 수익을 독점하는 단계까지 이르지 않았더라도, 설립과 인선 등을 장악한 경우 재단은 뇌물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이 경우에도 부정 청탁을 엄격히 요구하면 앞으로 뇌물죄를 피하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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