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이 지난해 5월23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최순실(62)씨의 ‘국정농단·뇌물’ 혐의 등에 대한 1심 판단이 기소 15개월 만인 13일 내려진다. 핵심 혐의인 ‘삼성 뇌물’의 경우, 공여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의 1·2심 판단이 엇갈린 상황이라 최씨 재판부가 내놓을 판단에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는 13일 최씨와 안종범(59)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신동빈(63)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을 연다. 지난 5일 이 부회장 항소심 선고 이후 검찰과 변호인들은 앞다퉈 의견서를 제출하며 막판 ‘서면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부회장 사건 1·2심 재판부 모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가 뇌물죄의 공범이라는 점은 예외 없이 인정했다. 뇌물 액수를 1심(89억원)보다 대폭 줄인 2심 판단(36억원)을 최씨 재판부가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최씨에게 크게 유리할 것은 없다. 뇌물을 준 사람은 횡령 등 연동되는 다른 범죄 때문에 액수가 중요하지만, 받은 사람은 수뢰액이 1억원만 넘으면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
더 큰 관심이 쏠리는 쟁점은 이 부회장 1·2심 판단이 갈린 ‘경영권 승계’와 ‘부정청탁’이 인정될지 여부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작업’이라는 포괄현안에 대한 부정청탁을 건넸다고 판단한 1심과 달리, 2심은 승계작업 자체가 없었다고 했다. 최씨 재판부가 2심 판단과 같이할 경우 제3자뇌물죄가 적용된 220억원은 모두 무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현안과 청탁을 인정할 경우,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16억원 후원에 대해서는 직권남용죄와 뇌물죄가 모두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최씨 재판부는 지난해 최씨 조카 장시호씨 사건에서 같은 돈에 직권남용죄를 인정한 바 있다.
이 부회장 2심 재판부가 사실상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은 ‘안종범 수첩’ 등의 증거능력을 최씨 재판부는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앞서 최씨 재판부는 장시호씨와 차은택씨 등에 대한 판단에선 이 수첩을 증거로 삼았다.
제3자뇌물죄가 적용된 다른 기업 사건에 대한 판단도 주목된다. 면세점 사업자 재선정에 대한 청탁 대가로 케이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출연한 혐의를 받는 신동빈 롯데 회장 쪽은 이 부회장 재판에서 ‘부정청탁’ 요건이 엄격해진 데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하지만 롯데의 경우 현안이 구체적일 뿐만 아니라 박 전 대통령, 청와대 참모진과 접촉한 정황이 뚜렷하다는 분석도 있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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