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재벌 따라 갈린 ‘제3자 뇌물’…청탁 구체성이 갈랐다

등록 2018-02-14 22:22수정 2018-02-14 23:39

삼성 무죄·롯데 유죄 이유는

시의성·구체성 여부
“롯데 ’면세점 특허 취득‘ 진행 사안”
박근혜 면담 통한 청탁 충분 판단
“삼성 합병 해결돼 청탁 필요 없어”
경영권 승계도 구체성 없다 불인정

박근혜 인지 여부
박, 롯데 애로사항 들은 뒤 면담
추가 출연금 묵시적 청탁 증거로
삼성의 경우 박 지시 정황등 부족
“보고받고 지시 증거 없다” 선 그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구속중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은 뒤 석방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구속중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은 뒤 석방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는 지난 13일 최순실씨의 1심 판결을 내놓으며, 최씨에게 적용된 세 가지의 제3자뇌물죄에 대해 각각 다른 판단을 내렸다. 롯데가 케이(K)스포츠재단 70억원을 추가 출연한 것과 에스케이(SK)에 89억원 지원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현안이 뚜렷했고 부정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한 반면, 삼성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및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출연에 대해서는 ‘부정청탁’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 무죄로 봤다.

■ ‘당면 현안’ 얼마나 구체적이었나 재판부는 두 사안을 달리 판단하며 ‘진행 중인 현안’인지 ‘종료된 현안’인지 구분했다. 2016년 3월14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단독면담이 이뤄지던 무렵,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취득’이라는 구체적인 현안이 존재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면담 즈음에는 특허 재취득이 ‘유력’해졌다는 신 회장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에스케이텔레콤의 씨제이(CJ)헬로비전 인수합병’ 등 현안을 갖고 있던 에스케이 쪽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같은 판단을 했다.

반면 재판부는 삼성의 10가지 개별 현안은 구체성과 시의성이 롯데만큼 뚜렷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핵심적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포함한 4가지 현안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면담 시점에 이미 해결됐다”는 이유로 청탁 필요성이 없었다고 봤고,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 현안의 경우 “삼성 쪽이 적극적이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이유로 청탁을 인정하지 않았다. 포괄현안인 ‘경영권 승계작업’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은 근거는 ‘구체성’이다. 삼성 쪽에 승계작업의 필요성은 있었을지 몰라도, 청탁의 대상으로 볼 정도로 구체적인 개념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만나 합병 찬성 로비를 하거나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이 박 전 대통령 지시로 국민연금에 압력을 넣었다고 한 판결이 나왔는데도, 재판부가 삼성에 대해선 지나치게 엄격한 부정청탁 기준을 적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 추징금 70억 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 추징금 70억 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박 전 대통령도 치밀하게 움직였다 제3자뇌물죄에서는 돈을 받은 쪽이 직무와 관련된 현안을 인식하고 돈을 받았는지도 중요한 부분이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롯데 현안을 인식하고 실제 깊숙이 개입한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2016년 3월11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신 회장을 만나 면세점 탈락 관련 ‘애로사항’을 들은 직후 급작스럽게 단독면담 일정을 잡았던 점에 주목했다. 앞서 수차례 면세점 사안 관련 보고를 받은 상황이어서, 롯데 쪽이 면세점 문제 해결을 위해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은 면담 직후 안 전 수석을 불러 “신 회장에게 케이스포츠재단에 협력사업을 제안했다”고 알려줬고, 롯데 쪽도 같은 날 저녁 곧바로 재단 관계자들에게 전화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케이스포츠재단에 추가출연한 그룹은 롯데가 유일하다. 그룹 2인자로 알려진 고 이인원 부회장도 재단출연 때와는 달리 추가출연금에 대해서는 유독 재촉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와 더불어 추가지원금이 반환된 경위도 주의 깊게 봤다. 박 전 대통령은 그해 5~6월 “롯데의 추가출연은 부적절하다”는 안 전 수석 건의를 받아들여 반환을 지시했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사업 중단을 지시했다는 사실은 그 시작에도 관여했음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간접사실”이라고 밝혔다.

반면 재판부는 삼성의 경우 박 전 대통령이 현안을 충분히 인식하거나 지시한 정황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삼성이 합병 후 처분 주식수를 줄이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로비하고, 안 전 수석 지시로 처분 주식수가 절반(1000만주→500만주)으로 줄어든 사실도 확인됐지만, 재판부는 “대통령이 보고받고 지시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롯데와 에스케이, 삼성 세 사안 모두에서 명시적 부정청탁은 없었다고 똑같이 부정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