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정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가 2014년 12월5일 서울 세종로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박현정 전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대표한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서울시향 직원이 5천만원의 배상금을 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재판장 이원)는 20일 박 전 대표가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곽아무개씨 등을 상대로 낸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다만 서울시 전·현직 시민인권보호관 3명과 이 의혹을 보도한 일간지 기자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2014년 12월 곽씨는 16명의 전·현직 직원들과 함께 박 전 대표가 단원들에게 폭언을 퍼붓고 인사전횡을 일삼았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작성해 배포했다. 이 호소문에는 저녁 회식 자리에서 박 전 대표가 곽씨를 강제추행하려고 시도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들은 박 전 대표의 성희롱과 폭언 사실을 확인하는 내용의 인권침해 결정을 내리고 서울시 누리집에 공개했다. 하지만 이후 검찰은 박 전 대표의 직원 폭행 혐의에 대해서만 약식기소했다. 박 전 대표가 무고 혐의로 맞고소한 곽씨 등에 대해서도 불기소 처분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표가 강제추행하려는 의도가 없었고, 곽씨도 이를 알면서 거짓주장을 퍼뜨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표가 만취 상태에서 단순히 실수한 것으로 보이고, 회식에 함께 참석한 직원들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점 등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곽씨는 호소문에 강제추행 시도 내용을 포함해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끌고자 했고, 다른 직원들이 경험하지 않은 사실을 직접 경험한 것처럼 수사기관에서 진술하게 했다”며 “박 전 대표는 여성 상급자에 의한 대표적인 직장 내 성폭력 사례로 회자되는 등 상당히 큰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호소문 내용 중 박 전 대표의 폭언과 인사전횡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등의 이유로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가 곽씨가 사건 직후 곧바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았고, 유일하게 강제추행 주장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허위사실 유포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한 부분을 두고는 논란이 인다. 인권보호관들을 대리한 김묘희 변호사는 “은밀하게 이뤄지는 성범죄 특성상 곽씨가 고의로 추행 의혹을 제기했다고 쉽게 단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재판부가 곽씨 등 진술을 다소 엄격하게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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