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인권위 등 종교계 참석자들이 28일 오전 서울대병원 영안실에서 전용철씨 사망 원인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사망원인 관련 가능성 인정
범대위,인권위에 조사 제안
범대위,인권위에 조사 제안
지난 15일 여의도 농민집회에 참가했다가 24일 숨진 농민 전용철(43)씨가 15일 집회 현장에서 쓰러져 있는 모습을 경찰이 사진을 찍어두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경찰은 이 사진의 존재를 농민단체들이 27일 전씨가 쓰러져 있는 사진을 공개한 뒤인 28일에야 밝히면서도 “구타는 없었다”고 목격자들과 상반된 주장을 펴, 은폐 의혹을 사고 있다.
경찰은 28일 “전씨가 여의도 문화마당 국기 게양대로부터 20m 떨어진 곳에 쓰러져 있는 사진 1장, 다른 참가자들과 행진하는 사진 3장을 확인했다”며 “쓰러져 있는 장면 촬영시간은 오후 6시17분”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날 ‘농업의 근본적 회생과 전용철 농민 살해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가 공개한, <민중의 소리> 기자가 농민들이 쓰러진 전씨를 옮기는 사진을 찍은 오후 6시20분께와 비슷하다. 서울경찰청은 “1천여장의 현장 사진을 감별하다 보니까 27일에야 전씨 사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집회를 마치고 돌아가 충남 보령의 집에서 넘어진 게 사망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해 온 경찰은 전씨 사망이 집회와 관련 있을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허준영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구체적으로 조사해 봐야겠지만, 시위 현장에서 그런 불상사가 일어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 청장은 그러면서도 구체적 근거 없이 “전씨가 경찰에 의해 구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전씨가 시위대 선봉에 서지 않았고, 밀려 넘어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씨가 간경화로 몸이 쇠약했던 게 집회에서 쓰러진 것과 관련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는 “전씨가 팔을 벌리면서 경찰 진입을 막다가 방패로 가슴과 얼굴 부위를 두 차례 찍혀 뒤로 쓰러졌고, 그 뒤에도 3~4 차례 진압봉으로 맞았다”는 배검(48)씨의 증언(<한겨레> 11월28일치 9면 참조)과는 크게 어긋난다.
허 청장은 “고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고 밝히고, 농민단체들 쪽에 공동조사를 제안했다. 그러나 범대위는 애초 사망 원인을 집회와 관련 없는 쪽으로 몰아간 경찰을 믿을 수 없다며 공동조사를 거부했다.
범대위는 이날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이 진상을 은폐·조작하고 있다”며 경찰청장 사퇴를 요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 중심의 조사를 제안했다. 불교인권위원회·원불교인권위원회·천주교인권위원회·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도 이날 서울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청장 사퇴를 촉구했다. 이본영 박주희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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