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뮤지컬관객 #withyou(위드유)’ 집회 포스터
공연계의 거센 ‘미투 바람’에 이제 관객들이 동참했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연극·뮤지컬 관객 #withyou(위드유)’ 집회가 열린다. 연극과 뮤지컬 관객들이 ‘공연계 미투’를 지지하고 성폭력 재발방지를 촉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여 열게 된 집회다. 집회를 계획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인원을 모은 주최자 중 한 사람인 관객 이아무개(23)씨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관객들은 성범죄자의 무대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집회를 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인원과 경비를 모으고, 집회 신고를 하고, 피켓과 구호를 만드는 것까지 모두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이번 집회는 공연의 수요자인 관객들이 ‘미투 지지’의 한목소리를 내는 첫 집회다. 이씨는 자신이 사랑하던 공연의 제작자와 배우들이 성범죄자로 폭로되는 상황을 목격하며 관객들이 주체가 되는 집회를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평소 대학로 연극을 정말 많이 관람했다. 연희단거리패의 공연, 변희석 음악감독의 공연 등은 보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마니아 관객 사이에서 유명하고 인기가 많았다”면서 “소수자 문제, 성에 관한 문제를 다룬 극에 다수 출연한 이명행 배우는 주변 소문도 좋아 충격이 남달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구보다 애정을 갖고 있던 관객 입장에서 배신감을 느꼈고 업계에 이런 관객의 목소리를 전달한 방법을 찾다가 관객들의 집회를 열어보기로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이씨를 포함해 공연 관람에 취미가 있던 지인 3명이 생각을 모아 시작된 집회는 지난 19일부터 트위터를 통해 모집한 8명의 스태프를 포함 총 11명이 주축이 되어 추진되었다. 스태프를 모집할 때는 그간 구매했던 티켓을 통해 공연 관객임을 인증하는 절차를 거쳤다. 이씨는 “사는 곳도 직업도 모두 다른 일반인들이 모여서 시작한 만큼 다들 없는 시간을 내서 점심시간, 퇴근 후 잠을 줄이며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집회 경비로 쓰일 후원금도 트위터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았다. 이씨는 들어온 후원금이 평소 관객들이 표값으로 지불하는 금액과 백원 단위까지 동일해 쓴웃음이 지어졌다고 말했다. “후원해주신 분들이 보내신 금액들이 38000원에서 48000원 정도의 가격으로 평소 공연 표값과 똑같았다. 예매했던 표를 취소하고 후원하셨던 분들도 있었다”며 “우리도 그 돈의 가치에 익숙한만큼 금액을 보면 어떤 자리 어떤 공연을 취소했는지 예상이 갈 정도였다”고 말했다. 후원금으로 모은 159만여원 중 피켓과 현수막 제작 등에 쓰인 뒤 남은 금액은 ‘일본군 성노예 피해’ 할머니를 위한 복지시설인 ‘나눔의 집’에 기부될 예정이다. 이씨는 “남은 금액을 집회 취지와 맞게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목적으로 사용하자는 의견이 나와 11명이 모두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무엇보다 “관객들은 성범죄자의 무대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한다. 이씨는 “관객들은 자신이 가진 시간의 일부를 떼어 공연을 관람한다. 공연을 보고 살아가는 힘을 얻고 위로를 받는다”며 “그런 소중한 공연이 피해자의 눈물로 만들어지고 가해자의 폭력으로 더렵혀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연계는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 재발장비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을 약속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 관객으로서 피해자들의 상처가 조금이나마 위로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이씨는 덧붙였다.
이날 집회는 피켓 시위와 사전에 신청받은 관객들의 자유발언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집회의 구호는 “예술은 근간은 사람이다. 사람을 짓밟는 예술은 없다”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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