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본인의 재판에 불출석한 지난해 10월19일 박 전 대통령이 수감된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 지지자들의 홍보물이 놓여 있다. 사진 연합뉴스
27일 박근혜(66) 전 대통령 ‘국정농단’ 1심 마지막 재판에서 국선변호인이 평창올림픽을 언급하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이날 열린 박 전 대통령 결심 공판에서 국선변호인 박승길 변호사는 지난 25일 폐막한 평창올림픽을 언급하며 “박 전 대통령이 스포츠를 통해 국가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데 관심 갖고 노력한 점을 고려해 선처해달라”고 말했다.
검찰 구형 뒤 최후변론 첫 번째 주자로 나선 박 변호사는 개막식 당시 ‘모두를 위한 미래’라는 주제의 공연에서 “소통과 연결의 세상, 눈부신 빛과 함께 미래의 문이 열린다”는 텔레비전 자막설명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아나운서가 “‘문’으로 소통하니까 ‘문통(문재인 대통령)’이네요”라고 말했다면서 “마음이 상하는 순간이었다. 아나운서가 즉흥적으로 한 말이겠지만, 이런 말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박 전 대통령을 ‘헌집’, ‘불통’, ‘사람을 생각하지 않았던 대통령’으로 생각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높은 곳에서 환영받고 박수받았다”면서 “박 전 대통령도 수년간 평창올림픽 비용과 사후 활용 방안을 고민했고, 우리 문화와 과학기술을 세계에 알리려고 노력했으며, 스포츠를 통해 국가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데 관심을 가졌다는 걸 (사건 수임 뒤) 알게 돼 박 전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냈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이라고 불리는 박 대통령이 했던 모든 일까지 없던 일로 치부하고 감옥에 가둬 평가하게 해서는 안된다. 실수가 있었더라도 대통령으로서 불철주야 노력한 점을 감안해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부디 선처해 달라”며 울먹였다.
박 변호사는 ‘무지개’ 비유를 통해 미르·케이스포츠재단 강제모금은 강요죄 등으로 처벌받을 만한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씨와 함께 53개 대기업에 774억원 출연을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강요)를 받는데, 이중 삼성이 출연한 204억원에 대해서는 뇌물죄도 함께 적용돼 있다.
박 변호사는 법정에서 무지개 사진을 제시하며 “실제 무지개를 보면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실체적 진실도 무지개와 비슷해서 경계가 모호하다”며 운을 뗐다. 이어 “빨간색을 처벌하기로 했다면 정말 빨간색만 처벌해야지 약간 붉은 기운이 도는 것까지 처벌하면 안된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재단 출연을 강요죄나 뇌물죄 중 하나에 해당한다고 해석해야 충격에 빠진 사람들 마음이 편하겠지만, 이는 편한 진실일 뿐이고 실체적 진실은 명확하지 않다”며 “(박 전 대통령의) 분명한 협박과 두려움 때문에 (출연) 의사결정이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본다. 이 사건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나 기업은 피해자가 아니다”고 했다. 재단 출연은 ‘민관협력’의 성격이 있고, 출연한 대기업이나 모금에 관여한 전경련에 마냥 피해자로 규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박 변호사는 또 “박 전 대통령이 강요죄로 처벌받아야 적폐가 청산되는 게 아니다. (출연 요구 당시) 다같이 거부하지 않아놓고 이제는 책임을 회피하는 전경련을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도 우리 사회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도 했다. 현소은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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