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 33위가 삼일절을 하루 앞둔 28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을 통해 봉환돼 환향의식이 열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제99주년 3·1절을 맞아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노동자 유해 33위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광복절에 이어 두번째 귀향이다.
일제강제징용노동자 유해봉환위원회(봉환위)는 “일본 도쿄에 있는 재일 한국인 사찰 국평사에 모셔져 있던 강제징용 유해 33위가 28일 오전 11시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고 28일 밝혔다. 봉환위는 “1919년 3월 1일에 3·1독립선언서를 발표한 민족대표가 33인인 점을 고려해 33위를 모셔왔다”고 덧붙였다. 김포공항 입국장에서 환향의식을 치른 이들은 서울 용산역 광장에 세워진 강제징용 노동자상 앞에서 노제를 지낸 뒤 숭례문, 탑골공원, 광화문광장 등을 돌아볼 예정이다. 수십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노동자 유해의 귀향을 환영하고, 이들의 안타까운 희생을 추모하고자 광화문 광장에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민참배장이 차려졌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끌려가 강제노동을 당한 한국인은 최소 100만명으로 추정된다. 봉환위가 확인한 규모만 해도 48만여명이다. 이 가운데 2만여명의 유해는 일본 내 각 지역에 있는 사찰에 모셔져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봉환위는 국평사에 안치된 유해 300여구 중 신원이 확인된 101구를 지난해 광복절부터 33위씩 차례로 들여오고 있다. 오는 8월 광복절까지 총 99위를 모셔오게 되지만,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일본에 남아있는 유해가 여전히 수십만구에 달한다. 봉환위는 “희생자들의 유해가 여전히 일본 땅·야산·탄광 등에 방치되어 있다는 걸 국민들께서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날 입국 뒤 고국순례를 마친 유해들은 서대문 순국선열사당에 임시로 안치될 예정이다. 3·1절 당일에는 7대 종교와 국가유공자 후손 등이 모여 광화문광장에서 국민추모제를 열고, 다음날인 3월2일에는 도라산역을 순례한 뒤 서울시 협조를 받아 용미리 서울시립 승화원에 영구 안치된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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