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부정 입학 의혹을 받았던 가수 정용화(28)씨와 조규만(48)씨 등 6명이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7년 경희대 일반대학원 응용예술학과 석·박사 수시 모집 과정에서 면접 점수를 조작해 불합격자를 합격시키는 등 신입생 선발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교수 이아무개(49)씨와 가수 정씨 등 6명을 2일 오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밝혔다. 정씨처럼 면접에 불참했으나 합격한 중소기업 대표 김아무개(53)씨, 부정입학을 알선했던 경희대 국제캠퍼스 대외협력처 부처장 ㄱ(58)씨와 정씨의 매니저 ㄴ(34)씨 등도 같은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교수 이씨는 ‘면접고사에 결시할 경우 불합격 처리’라는 평가원칙에도 불구하고 박사과정 지원자 정씨와 김씨, 석사과정 지원자 조씨 등에게 면접점수를 허위로 부여해 부정입학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다른 면접위원의 승진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학과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면접위원들이 자신이 적어준 면접 점수를 학교종합시스템에 입력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정씨는 자신의 매니저를 통해서, 조씨는 학창시절부터 친분이 있던 부처장 ㄱ씨를 통해서, 사업가 김씨는 본인이 직접 이씨에게 대학원 입학을 부탁했다고 밝혔다.
정씨와 사업가 김씨는 정시모집 면접에 불참해 불합격한 뒤에도 재차 수시전형에 지원해 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2017년도 대학원 박사과정 정시전형에 지원한 정씨와 김씨는 면접고사일인 16년 11월 5일에 불참해 불합격했다. 이 과정에서 면접위원 한 명이 이 교수에게 합격점수를 주도록 압박을 받았으나 불참자를 ‘0점’ 처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정씨와 김씨는 2017년도 박사과정 수시모집에 재차 지원했고 정시 면접에서 0점을 줬던 면접위원을 배제시킨 이 교수는 다른 면접위원 2명에게 자신이 볼펜에 적어준 합격 점수를 종합정보시스템에 입력하도록 했다. 결국 정씨와 김씨는 17년 1월에 있었던 수시 면접에 불참했음에도 각각 300점 만점에 280점, 270점을 받아 1등과 2등으로 박사과정에 합격했다.
애초 정씨는 소속사를 통해 개별면접을 정식면접 절차로 생각했다는 입장을 냈으나, 경찰조사 결과 정씨는 개별 면접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지난달 17일 소속사를 통해 낸 “개별 면접을 정상적인 면접 절차로 생각했었다”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정씨는 이 교수를 박사과정 지원 전과 합격 이후 두 차례 매니저를 통해 만났을 뿐 정식 면접이나 개별 면접을 모두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원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면접이 있다는 것은 잘 몰랐고, 합격도 합격 이후에 매니저를 통해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가 입영일 연기를 목적으로 박사과정에 지원한 정황도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정씨는 ‘박사 과정 입학’을 사유로 병역을 한 차례 연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16년 9월에 입영이 예정되어 있던 정씨는 그해 8월 26일 ‘박사과정 지원’을 이유로 입영 연기를 신청했다. 이후 정시 전형에서 탈락한 정씨는 수시 과정에서 박사 과정에 합격해 자동으로 입영이 연기됐다.
경찰 관계자는 “면접 결시생은 입학사정 원칙에 따라 불합격 처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학과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면접 심사위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며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구조적으로 면접 심사위원 상호 간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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