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새벽 1시49분께 서울 종로구 흥인지문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약 4분 만에 꺼졌으나 흥인지문 내부 담벼락 등이 그을리는 피해가 발생했다. 경찰은 방화 용의자 1명을 현장에서 붙잡아 범행 경위를 조사 중이다. 연합뉴스
9일 새벽 40대 남성이 보물 1호인 서울 흥인지문(동대문)에 불을 내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흥인지문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남성의 방화 시도 4분여 만에 불을 진화했지만 지나가던 시민이 경찰에 신고하기 전까지 해당 남성의 침입을 알아채지 못한 것으로 확인돼 문화재 방재 시스템의 철저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경찰과 소방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장아무개(43)씨가 9일 새벽 1시49분께 서울 종로구 흥인지문 2층 누각에서 미리 준비해 간 종이박스에 불을 붙였다가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근무 중이던 흥인지문 관리사무소 직원 3명 중 2명은 경찰과 함께 출동해, 1명은 장씨가 종이박스에 붙인 불을 주변에 비치돼 있던 소화기로 끄고, 1명은 장씨 제압을 도왔다. 불은 4분여 만에 꺼졌지만 흥인지문 1층 협문 옆 담장 내부 벽면이 일부 그을리는 피해가 발생했다.
장씨는 범행 당시 음주 상태는 아니었으며, 경찰 조사에서 교통사고 보험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홧김에 불을 붙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장씨가 과거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구체적 동기에 대해 횡설수설하고 있어 경찰은 정확한 동기를 계속 조사 중이다.
이날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다수의 폐회로텔레비전(CCTV)으로 현장을 감시하고 있었으나 어두운 새벽에 사건이 벌어져 장씨가 잠긴 문 옆 경사진 벽면을 타고 2층 누각으로 올라가는 것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차를 타고 지나가던 시민이 해당 남성을 발견해 112로 신고했고 경찰은 관리사무소 쪽에 연락을 취한 뒤 즉시 출동해 장씨를 붙잡았다.
흥인지문에는 소화기 21대와 옥외소화전 1대, 자동화재탐지설비, 폐회로티브이 12대, 불꽃감지기 등이 있었지만 불시의 방화 시도를 완벽히 차단하려면 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장씨에 대해 공용건조물 방화 미수,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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