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의 소환 통보일인 오는 14일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기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9일 알려졌다. 양쪽의 ‘대진일’이 최종 확정되면서, 이 전 대통령 쪽의 대응 전략이 무엇이고 검찰은 이런 방어 논리를 깨뜨리기 위해 어떤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쪽은 지금껏 진행된 검찰 수사와 관련해 내부 검토를 끝내고 혐의에 대해 법리적으로 다퉈볼 만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면적인 혐의 부인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양쪽은 이 전 대통령의 110억원대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해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액수가 큰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60억원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검찰은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한테서 ‘이 전 대통령의 집사였던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의 소송비 대납 요청이 있었고, 이건희 회장의 승인을 받아 소송비를 대납했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해둔 상태다. 김 전 기획관 역시 같은 진술을 내놓았고,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 투자금 반환 소송과 관련해 보고받은 ‘브이아이피 보고’ 문건도 확보했다. 이 문건에는 다스 소송 비용이 월 12만5천달러씩 필요하고, 이 비용이 삼성 계좌에서 나가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1년 전 박근혜 대통령처럼 전면 모르쇠 전략으로 나오더라도 입증에 문제가 없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또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고 대보그룹, 에이비시(ABC)상사,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민간영역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와 관련해서도 공여자뿐 아니라 전달자 역할을 한 이들로부터 일관되게 ‘이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전달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다스 실소유’ 의혹 부분이다. 이 전 대통령 쪽은 이 역시 다스의 지분과 자신은 무관하고 다스의 경영에도 간섭을 한 바 없다는 주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조카인 이동형 다스 부회장뿐 아니라 다스 전·현직 사장으로부터도 실소유주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을 받았고, 이 전 대통령이 다스 경영 현황을 정기적으로 보고받은 문건 등도 확보했다. 처남 김재정씨 사망 이후 청와대가 이 전 대통령 퇴임 뒤 다스 지분 정리 문제를 검토한 문건(PPP·Post President Plan)도 이 전 대통령 쪽 방어 논리를 깰 주요 문건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1년 전 박 전 대통령 수사 당시 ‘안종범 수첩’ 등 측근이 작성한 문건이 핵심 물증이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이 전 대통령을 오래 보좌해온 측근들의 진술이 이 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1년 전 박 전 대통령 조사를 앞두고 대략 100여쪽에 이르는 질문지를 준비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의 혐의도 방대한 만큼 검찰은 이번에도 단 한번에 조사를 끝낸다는 목표 아래 질문지를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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