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건물.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가 여론 대응을 명목으로 ‘댓글 조작’을 한 정황이 드러나자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겨레>는 지난 11일 총·대선이 잇따랐던 2011~2012년까지 보안사이버수사대 요원을 중심으로 인터넷 게시글을 작성해 인터넷 여론에 개입했다는 진술을 경찰청 진상조사팀(TF)이 확보했다고 단독 보도한 바 있다.
참여연대는 13일 낸 성명에서 경찰의 ‘댓글조작’에 대해 “국가정보원과 군에 이어 경찰까지 불법적인 정치개입과 여론조작에 나선 것”이라며 “법 질서의 수호자여야 할 경찰이 결단코 해서는 안 될 불법행위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경찰이 특별수사단을 만들어 수사에 착수했으나 경찰 스스로 위법행위를 철저히 밝힐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검찰 등 다른 기관의 수사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보안사이버수사대의 ‘댓글조작’ 배후에 청와대와 경찰 수뇌부 등의 지휘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한겨레>가 단독 보도한 ‘안보 관련 인터넷상 왜곡정보 대응방안’(2011년 4월18일 작성) 등의 문건을 보면, 경찰은 ‘안보관련 왜곡정보 확산 저지’를 명목으로 보안사이버수사요원 88명과 보안요원 1860명, 보수단체 7만여명을 동원하는 ‘3단계 대응방안’을 만들었다. 참여연대는 “일개 부서의 일탈이 아니라 정권 차원에서 기획되거나 동원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경찰 수뇌부와 청와대 개입 여부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양 등 ‘공룡 조직’ 경찰의 역할이 커지는 상황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성명에 담겼다. 참여연대는 “경찰로의 수사권 이양이나 정보경찰 역할 등 비대해질 경찰 조직과 권한에 대한 강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 권력기관이 국내정치에 개입하거나 정권유지의 수단이 되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나 대책 마련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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