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폐기 국제운동’(ICAN)의 가와사키 아키라 운영위원이 14일 오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핵무기 금지 운동의 성과와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jijae@hani.co.kr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폐기’가 이뤄진다면, 이는 ‘핵 없는 세계’를 향한 세계사적 한 걸음이 될 것입니다.”
‘핵무기 폐기 국제운동’(ICAN·국제운동)의 국제운영위원인 가와사키 아키라는 북한 비핵화가 ‘핵 없는 세계’를 위한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운동은 지난해 7월 국제연합(UN)이 ‘핵무기금지조약’을 채택하게 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받은 국제 시민단체 연합체다. 서울시가 주최하는 ‘한일시민평화회의’ 참석 차 방한한 가와사키 아키라 운영위원을 <한겨레>가 1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인터뷰했다.
국제운동이 주도한 핵무기금지조약은 기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한발짝 더 나가 핵보유국의 핵 폐기를 의무화하는 국제 조약이다. 지난해 7월 유엔 총회에서 미국·러시아 등 핵보유국과 한국·일본 등 이들의 동맹국들을 제외한 122개국이 핵무기금지조약에 찬성표를 던져 채택됐다. 가와사키 운여위원은 “아직은 핵보유국들과 그 동맹국들이 참여하지 않는 조약이지만, 찬성국가가 압도적 다수가 되기 시작하면 찬성국들이 반대국들을 포위하는 ‘국제적인 압박’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와사키는 “기적 같이” 찾아온 남북미 간 정상회담이 ‘북핵 폐기’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제적인 검증 기준 마련’과 ‘이행에 따른 단계적 해법’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가와사키는 “무엇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CVID) 핵폐기인지 ‘국제적인 기준’을 마련해, 스텝에 따른 절차와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가와사키는 “핵보유국이 국제적 검증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핵을 폐기하는 사례는 역사적으로 드물다”며 “북핵 폐기가 현실화된다면, 이는 ‘핵 없는 세계’를 위한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선례가 인도와 파키스탄 등 다른 핵보유국에도 점진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와사키 운영위원은 평화운동에 헌신하는 원천으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경험’을 들었다. 아키라는 “(일본으로부터 식민 지배를 당한) 한국인들의 복잡한 마음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이는 일본이 국가로서 식민 지배의 책임을 충분히 반성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 비핵화를 위한 싸움 만큼이나 일본 내 역사수정주의와의 싸움 역시 일본 평화운동에서 중요한 지점”이라고 말했다.
국제운동은 ‘핵억지력’와 ‘힘의 균형’을 믿는 국제 정치 질서의 현실주의자들로부터 ‘낭만주의적 공상에 빠진 단체’라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가와사키는 이들 현실주의자들이 오히려 ‘낭만적’이라고 반박했다. 가와사키는 “소위 ‘핵억지력’을 통한 안전이라는 발상에는 핵무기가 결코 사용될 수 없다는 전제가 깔려있다”며 “지난 70년간 사용되지 않았다고 앞으로도 사용되지 않을 것이란 발상이 ‘낭만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전 역시 안전하다고만 말해왔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지 않았느냐”며 “과연 핵무기와 원전이라는 문제가 사고 뒤에 ‘예상 밖의 일’이라고 할 문제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임재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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