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범시민행동’ 출범 기자회견에서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취지의 퍼포먼스가 열리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성차별·성폭력의 시대는 끝났다!”
‘#미투 운동’ 형태로 이어진 성차별·성폭력 피해 폭로가 한국 사회 성별 권력 구조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가기 위해 범시민사회가 한데 모여 고민하기로 했다. 피해자들의 자발적 증언이 폭로와 가해자 처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평등 사회’로 향할 수 있도록 여성·노동·교육계 등 범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댄 것이다.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시민행동)은 15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출범식을 열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시민행동에는 한국여성단체연합·참여연대·민주노총·환경운동연합·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한국 사회의 범 시민사회 337개 단체가 한자리에 모였다.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한국사회는 이번 #미투 운동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성차별적 권력관계와 성폭력을 가능케 했던 사회 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성차별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전사회적인 연대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시민행동의 취지를 설명했다.
시민행동은 출범선언문을 통해 “#미투 운동에 강력한 지지와 연대를 통해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행동할 것”을 활동 목표로 삼았다. 이들은 “피해자를 향한 의심과 비방 등 2차 피해와 ‘미투 공작설’ 등 음모론에 단호히 대응하고 피해자의 인권보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피해자의 말하기를 막아온 모든 제도적 문화적 제약과 장치를 제거하고 가해자에 대한 확실한 처벌과 진상 규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투의 원동력이었던 성폭력 피해 사실 폭로에 이어 성차별적 문화를 개선하고 성평등한 사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활동도 함께 할 계획이다. 시민행동은 오는 22~2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성차별·성폭력의 시대를 끝내기 위한 2018분 이어말하기’ 행사와 촛불집회를 주최한다. 미투 운동 과정에서 터져나온 증언과 대응 방식들을 한데 모으는 백서 발간 작업도 이뤄질 예정이다. 또 정부가 쏟아내는 미투 관련 대책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오는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의 공천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등을 모니터링도 할 계획이다. 시민행동은 “성차별과 성폭력은 한 지역,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며 “연대체를 확대 운영하며 민주적 절차와 담론을 확산시켜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시민행동 참여 단체들의 지지 발언도 이어졌다. 봉혜영 민주노총 부위원장는 “여성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성차별 성폭력엔 노출된다. 노조가 있으면 대응이 가능하지만 노조 없는 곳에서는 개인이 외롭게 싸워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하면서 시민행동의 출범을 환영했다. 김시연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여성 청년에게 미투는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발버둥이었다”면서 “미투 확산으로 사회 전반 영역에서 여성 청년들이 겪는 차별이 해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