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지브이·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복합영화상영관들이 피난안내 영상물에 수어와 자막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청각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16일 “피난안내 영상물에 장애인을 위한 자막 등이 없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해 차별”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권위는 씨지브이·롯데시네마·메가박스에 “피난안내 영상물의 광고를 삭제하고 수어와 자막을 제공하라”고 권고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앞서 2016년 4월 “영화 상영 전 피난안내 영상물에 광고가 포함되고 수어가 제공되지 않았으며 비상구 등 표시도 명확하지 않아 청각장애인들이 피해를 입었다”면서 복합영화상영관 3사를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함아무개씨 등 진정에 참여한 청각장애인 3명은 피난안내 영상물에 수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는 점이 가장 불편하다고 꼽았다. 이들은 수어를 주요 의사소통으로 사용하고 있어 자막보다 수어로 소통할 때 내용을 빨리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의 김정연 사무국장은 “오랫동안 수어로 소통해온 청각장애인들은 자막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서 “‘나는 오늘 학교에 갑니다’라는 문장을 수어로 표현하면 조사와 어미가 없이 ‘나+학교+오늘+가다’라는 단어가 이어지는 식으로 문장 체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함씨 등은 피난안내 영상물에 비상구와 출구 등 표시가 명확하지 않은 점과 피난과 상관없는 광고가 포함돼 내용을 인식하기 어려운 점도 지적했다.
해당 영화관들은 “지금도 장애인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수어통역과 자막을 추가하면 2억여원의 막대한 비용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수어와 자막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를 제공하면 관객들이 피난안내 정보를 효과적으로 얻을 것”이라고 봤다. 비용이 부담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관객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목적과 해당기업의 영업규모를 감안하면 이행 불가능한 부담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복합영화상영관 3사에게 △피난안내 영상물에 광고 삭제 △청각장애인에게 적합한 수어 제공 △스크린, 비상구, 출구 등 필수 정보 표시와 적절한 자막 내용과 속도 개선을 권고했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소방청에는 관련 법령 개정과 해당 기업의 개선조치에 대한 관리감독을 권고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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