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충남 온양온천역 근처에 충남인권조례 폐지에 찬성하는 펼침막이 걸려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충남인권조례가 폐지될 위기에 놓인 가운데 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인권위는 “충청남도의회의 충남인권조례 폐지 시도는 인권보장체계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사안”이라면서 “유엔 성소수자 특별보고관에게 조속한 한국 방문을 요청하는 인권위원장 서한을 지난 6일 발송했다”고 20일 밝혔다. 인권위는 “성소수자 차별 금지에 반대하는 일부 종교 단체의 의견을 받아들여 인권조례가 폐지되는 일이 다른 지역에서도 일어날 것으로 우려돼 국제 공조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충남 지역의 일부 종교단체는 “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인권조례의 폐지를 청구했다. 충청남도의원 25명은 “충남인권조례가 도민 간 갈등을 부추긴다”는 이유를 들며 지난 1월16일 충남인권조례 폐지안을 발의했고, 충남도의회는 지난 2월2일 조례 폐지안을 가결했다. 이에 충남도지사는 지난달 26일 조례 폐지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했고 재의결안은 4월 임시회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충남도의회 말고도 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충남 부여군과 공주시에서는 시민들이 인권조례 폐지 청원을 제기한 바 있고, 아산시에서는 인권기본조례 폐지안이 팽팽한 찬반 논의 끝에 부결됐다. 또 ‘충북인권조례 폐지 운동본부’는 지난 6일 “동성애자·성전환자의 비정상 권리 요구 등은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다”며 충북인권조례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충북도의회에 제출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 2013년 ‘지방정부와 인권에 관한 결의안’을 통해 인권의 지역화 및 인권의 보호와 증진에 대한 지방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인권위도 지역적인 특성을 반영해 인권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각 지자체에 인권조례 제정·확대를 권고해 왔다. 2017년 11월 기준 광역지방자치단체 16곳(인천광역시 제외)과 기초지방자치단체 87곳(전체의 38.5%)이 인권조례 등을 제정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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