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새벽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동부구치소로 압송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 초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부 비판 인사 등을 광범위하게 사찰한 경찰 문건을 받아봤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경찰청은 의혹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김정훈 총경(서울경찰청 치안지도관)을 팀장으로 10여명 규모의 조사팀을 꾸린다고 23일 밝혔다. <한겨레>는 지난 22일 검찰이 이 전 대통령 소유의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경찰의 사찰 정보가 담긴 60여건의 문건이 드러났고, 문건에는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행적 등 동정도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문건에는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서 방문객을 만난 시간과 대화 내용까지 자세히 적혀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전국 3300여명의 정보경찰을 활용해 재임 동안 정치·종교·문화예술계에서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인사들의 사찰 정보도 받아본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사찰의 성격이 짙어 이런 작성행위 자체가 직권남용 혐의 수사 대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드러난 경찰 문건에 대해 엄정하고 폭넓게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당시 정보국장과 정보심의관, 정보국 각 과장 이하 직원뿐만 아니라 청와대 파견자들에 대해서도 사실 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이번 조사에 대해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추진되는 것”이라고 선을 그으며, “조사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확인되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징계 및 수사의뢰 등 엄정조처하겠다”고 설명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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