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 수준이 ‘나쁨’을 보인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걷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6살 딸을 둔 임아무개(39)씨는 25일 아침 미세먼지 예보를 확인하고 한숨을 쉬었다. 딸의 생일을 맞아 놀이동산에 놀러 가기로 했지만, 미세먼지 탓에 야외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씨는 미세먼지 대처법을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에 들러 ‘실내공기 좋은 곳’ 추천 장소를 확인한 끝에 수도권의 한 쇼핑몰에 가기로 했다.
지난 주중 꽃샘추위가 물러간 뒤 주말인 24~25일 여지없이 ‘봄의 불청객’ 미세먼지가 나라 곳곳을 습격했다. 시민들은 공기청정기가 설치된 실내를 피난처로 삼거나, 스스로 공기청정기를 만드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극성스러운 미세먼지에 가장 난감한 사람들은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다. 따뜻한 봄 날씨에 아이들은 외출하자고 아우성인데 외출 장소를 쉽게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임씨가 선택한 대처법은 인터넷 카페를 통한 정보 공유였다. 임씨처럼 미세먼지가 걱정인 사람들은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를 들고 다니며 수치가 낮은 아웃렛·백화점 등 실내공간의 인증 사진을 올리고, 공기청정기가 잘 설치된 커피숍·학원 등의 리스트도 공유하고 있다. 아이를 위한 젊은 부모들의 협력 체제가 가동되고 있는 셈이다.
스스로 공기청정기를 만들어 대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지난해 ‘공기청정기 만들기’ 워크숍을 연 ‘십년후연구소’는 올해도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달 초 올해 첫 워크숍이 열렸고, 4월3일엔 세운상가 메이커스교육장에서 2차 교육과정을 한다. 송성희 십년후연구소 대표는 “지난해 워크숍에 온 분 가운데 방마다 공기청정기를 놓겠다며 다시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며 “방과후 어린이집 등에서 워크숍을 열어달라는 요청도 온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숭문중학교는 올해부터 5월에서 10월 사이에만 외부 현장학습을 가기로 했다. 이 학교 신경준 환경 교사는 “연간 그래프를 보면 그 기간에 미세먼지 수치가 가장 낮다”며 “보통 3~4월에 가던 소풍 날짜도 조정했다”고 말했다. 또 이 학교는 수업 끝난 뒤 교실청소를 하는 다른 학교들과 달리 수업 전에 물걸레질을 한다. 신 교사는 “종례 뒤 청소를 하면 먼지가 고스란히 쌓여 다음날은 말짱 도루묵”이라고 했다.
2018 프로야구가 개막한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개막경기에서 야구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올해 프로야구 시즌 개막을 맞은 ‘야구덕후’들도 나름의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 사회인 야구단 활동을 하고 있는 사업가 노아무개(36)씨는 이번 주말 고척 돔구장을 찾아 넥센의 경기를 관람했다. 노씨는 “돔구장은 상대적으로 미세먼지에 적게 노출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주말 하늘을 뿌옇게 뒤덮은 미세먼지의 공습은 26일 월요일까지 이어진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6일 전국 미세먼지(PM2.5) 농도가 서울·경기·강원영서·충북에서는 ‘나쁨’ 수준을 보이고, 그 밖의 지역도 오전과 밤에는 ‘나쁨’ 수준을 보일 수 있다고 예보했다. 환경부는 26일 경기도 연천·가평·양평군을 제외한 수도권 전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6일 오전 6시~밤 9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7650개 행정·공공기관 임직원 52만7000명은 차량 2부제를 적용받아 차량 번호 끝자리 짝수인 차량만 운행할 수 있다. 서울시는 또 공공기관 주차장 360곳을 폐쇄한다. 다만 서울시의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이번엔 시행하지 않는다.
장수경 기자,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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