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인건비 허위청구해 수억원 빼돌린 유명 사립대 교수 구속

정부기관 연구과제 인건비 허위청구
6억4천만원 빼돌린 한아무개 교수 구속

<한겨레> 자료사진

정부산하 연구기관과 기업체의 연구 과제를 수행하면서 대학원생의 인건비를 허위로 청구해 수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서울 소재 유명사립대 교수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정부산하 연구기관 및 기업체로부터 29개의 연구과제를 수주 받아 수행하면서 대학원생의 인건비를 허위로 청구해 6억4000만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사기)로 ㅎ대학교 한아무개 교수를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의 설명에 따르면, 한 교수는 2015년 5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연구과제에 참여하지 않은 대학원생을 참여 연구원으로 허위로 등록해 정부와 기업 등 발주기관으로부터 지급받은 인건비 6억4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한 교수는 자신의 지도를 받은 석·박사 과정의 대학원생 17명에게 인건비 통장을 학교 내 은행에 같은 비밀번호로 개설하도록 지시한 후, 선임 연구원 1명이 도맡아 통장과 체크카드를 보관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한 교수가 인건비가 입금되면 대학원생들에게 체크카드를 나눠준 후 출금하도록 한 뒤, 현금으로 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한 교수는 허위로 등록된 대학원생의 인건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연구에 참여한 대학원생의 인건비도 일부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논문심사 등에 막강한 권한을 가진 지도교수라는 지위를 이용해 연구 수행에 참여한 대학원생들에게도 정당한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는 ‘갑질행태’”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연구비로 쓰여야 할 돈 2800만원을 이른바 ‘카드깡’ 수법으로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 교수는 연구와 관련된 물품을 사는 용도로 쓰여야 할 연구비 카드로 신발·골프의류·시계 등 개인적인 물건을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위해 한 교수는 학교 인근 문구점 사장 ㄱ씨에게 부탁해 잉크토너, 사무용품 등을 사는 것처럼 허위로 결제한 후, 실제로는 한 교수가 요청한 물건을 ㄱ씨가 구매대행하는 수법을 사용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문구점 사장 ㄱ씨 역시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정부 지원금이 ‘눈먼 돈’이라는 그릇된 인식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H6s임재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