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술대학교 학생과 교수들이 입학 전형료와 특성화 사업비 등을 쌈짓돈처럼 썼다는 의혹에 휩싸인 유덕형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예대 재학생이 꾸린 ‘서울예대 총장사퇴를 위한 모임’과 ‘서울예술대학교미래교수포럼’ 소속 교수들은 28일 오전 학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 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학생들은 “최근 부각된 서울예대의 사학비리를 철저히 규명해 학생들의 권리가 보장되는 학교로 바로잡아달라”며 “대학본부는 정확하게 사실을 규명하고 총장 및 보직교수는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교수들 또한 ‘우리는 학생들과 함께 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지금의 서울예대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상처가 깊고 증상이 오래되어 통증조차 느끼지 못하는 불감증에 빠져 있었다“며 ”이번 기회를 놓치고 흘려버린다면 서울예대의 희망찬 미래를 낙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힘을 보탰다.
유 총장을 비롯한 일부 보직 교수들은 학생에게 돌아가야 할 억대의 입학 전형료를 수년째 챙겨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6년 교육부 감사 결과를 보면, 서울예대는 2014년부터 3년 동안 입학 전형료 일부인 약 2억1300만원을 총장과 부총장에게 수당으로 지급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유 총장 등은 입학 전형료를 수당으로 받는 등 재차 ‘수당파티’를 벌였다는 의혹이 <노컷뉴스>의 보도로 알려졌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교수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2016년 교육부 감사에서 이런 문제가 드러났으나 시정조치만 받고 끝났다”며 “수당으로 챙긴 입학 전형료 일부는 1년 예산이 250억원에 불과한 학교 규모에 비하면 큰돈인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비판했다.
국고지원금인 특성화 사업비도 총장 일가의 필요에 따라 부당하게 집행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서울예대는 특성화 사업비를 지원받기 시작한 다음 해인 2015년부터 특성화 사업비를 써서 인도네시아산 조형물, 전통악기 등 학생들의 필요와 무관한 인도네시아와 관련된 고가의 물품을 샀다고 한다. 유 총장의 부인이자 학교 법인 이사인 ㄱ씨가 이 무렵 인도네시아에 수차례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부 학생과 교수는 “총장 일가와 인도네시아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국고지원금이 부당하게 쓰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혹이 불거지면서 서울예대의 세습구조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유덕형 현 총장은 서울예대를 설립한 고 유치진 전 총장의 아들이다. 유 총장의 아들도 학내 보직을 맡고 있고, 유 총장의 부인과 매형은 법인 이사로 등록되어 있으며 누나는 석좌교수로 재임 중이다. 학교 측이 개교기념일 즈음 교직원들에게 친일 의혹을 받는 유치진 전 총장의 묘소를 참배하라고 요구한 사실도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지난 22일 “세습 철폐”, “교내 유치진 동상 철거” 등의 구호를 외치며 교내 행진을 진행했다.
사태가 커지자 교육부는 지난 27일부터 실태조사에 나섰다. 교육부는 조사단을 꾸려 국고지원금과 교비 부당 집행 관련 사안을 확인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서울예대의 한 재학생이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가 해당 교수로부터 ‘인생을 망쳐놓겠다’고 협박을 당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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