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이주민 등 외국인을 행정상 목적으로 수용하는 ‘외국인보호소’가 한국인 재소자를 수용하는 교정시설보다 열악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2일 법무부 장관에게 “구금적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외국인보호시설 내 수용된 장기 보호외국인의 인권이 증진될 수 있도록 개선방안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지난해 인권위가 강제퇴거 대상 외국인이 수용된 화성·청주 외국인보호소와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를 대상으로 진행한 인권실태 점검 결과다. 올해 3월8일 기준 소송·산재처리·국가배상청구·여행증명서 발급지연 등 이유로 외국인보호소에 장기 수용 중인 외국인은 전국에 20명이다. 인권위는 2008년 이후 매년 외국인 수용시설에 대한 방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장기 보호외국인의 처우에 관한 권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인권위 조사 결과, 이들 외국인보호소는 기본권 측면에서 교정시설보다 상황이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성 외국인보호소의 경우, 독방의 배식구가 출입문 하단에 설치돼 수용자에게 굴욕감을 주는 구조였다. 과거 법무부 교정시설도 배식구를 출입문 하단에 설치했지만 ‘수형자에게 굴욕감을 준다’는 이유로 배식구 높이를 지면에서 80cm까지 올린 바 있다.
세 곳 보호소 모두 보호외국인들에게 인터넷과 전화 사용도 충분히 보장해주지 않았다. 보호외국인들은 항공권 조회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었고, 한국 시간으로 밤 시간에는 전화 사용도 제한돼 시차가 있는 본국의 가족 등과 연락하기 어려웠다. 이와 비교해 교정시설은 수형자들에게 가족과 컴퓨터를 통해 접견할 수 있도록 인터넷 화상접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 밖에도 인권위는 세 곳 보호소에 모두 설치된 쇠창살에 대해 “형사범이 아닌 보호 외국인들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봤다. 보호 외국인들에게 야외 운동시간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외국인보호소는 출입국 행정 목적으로 외국인을 일시적으로 보호하는 곳이기 때문에 자율성을 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법무부장관에게 △쇠창살 등 구금적 형태의 외국인보호소 수용거실 및 화성 외국인보호소 내 징벌방을 인권친화적으로 개선 △보호외국인이 외부교통권을 실질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수준의 인터넷 사용 방안 마련 △충분한 운동시간을 제공하고 보호 외국인이 거실 밖에서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할 것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독방격리보호가 남용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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