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산간지역에 눈이 쌓이는 등 바람이 불면서 종일 쌀살해 꽃샘추위가 절정을 보인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봄꽃축제 현장을 찾은 한 시민이 겨울외투를 꺼내 입은 아이를 안고 벚꽃을 구경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낮 최고기온이 한자리 수로 뚝 떨어진 4월의 봄날, 여의도 윤중로엔 봄을 만끽하러 나온 이들로 북적였다. ‘벚꽃 엔딩’ 전에 꽃놀이를 즐기려는 시민들의 열기는 때 늦은 꽃샘추위도 녹여냈다.
8일 서울 낮 최고기온은 8도에 그치고, 비까지 오락가락해 체감온도는 더 낮았다. 그러나 겨울 패딩 점퍼를 꺼내 입고, 핫팩과 목도리로 중무장한 시민들은 눈과 카메라에 벚꽃을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날 여의도 일대는 꽃구경을 나선 시민들로 온종일 도로가 혼잡했다. 한강공원에 돗자리를 편 시민들에겐 무릎담요가 필수품이었다.
연인·친구·가족 단위로 꽃마중을 나선 나들이객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꽃모양의 머리띠를 하거나 귀에 꽃핀을 꼽고 사진을 찍었다. 남편과 반려견 ‘깨봉이’와 함께 여의도를 찾은 이은정(31)씨는 흰색 롱패딩을 입고 머리카락에 벚꽃 모양이 머리핀을 꼽았다. 이씨는 “전날 바람이 많이 불어서 벚꽃이 다 떨어졌을까봐 걱정했는데 많이 남아있어 다행“이라며 “비록 봄날씨가 아니지만 볼거리도 많고 꽃도 예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상춘객들은 사진을 찍을 땐 겨울 옷을 벗어두는 ‘센스’를 보였다. 여의도 운중로에서 두꺼운 가죽 자켓을 한켠에 벗어 두고 봄 원피스를 입고 사진을 찍던 직장인 성다혜(23)씨는 “오랜만에 중학교 친구들을 만나서 꽃구경 왔다”며 “날씨가 우중충해도 봄이라서 멋을 냈다”고 수줍은 표정을 보였다. 벚꽃이 만개한 서울 종로구 낙산공원을 찾은 윤달빛(25)씨도 고운 노란색 코트를 입었다. 윤씨는 “처음엔 살짝 추웠는데 산책로를 걸으니 몸이 따뜻해지는 것 같아서 괜찮다. 언니와 얘기도 하고 꽃도 보니 기분이 좋아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이날 여의도 윤중로 일대에는 ‘혼자, 둘이, 셋이 모두가 행복한 YOLO, 욜로와’를 주제로 공연·전시·그림그리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나들이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박대용(48)씨는 한해 소원을 적는 ‘소원을 말해봐’ 게시판에 ‘사랑하는 준서와 가족들 모두 사랑하고 행복하길’이라는 글을 적었다. 박씨는 “전날 꽃을 보러 섬진강변에 다녀왔는데 바람이 많이 불고 미세먼지도 심해서 가족들과 다시 집 근처 윤중로에 왔다”며 “춥지만 이대로 봄을 보내기 아쉬워 겨울 점퍼까지 꺼내 입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부터 비가 내려 여의도 윤중로를 가득 채운 상춘객들은 오후 늦게부터 한산해졌다. 기상청은 차가운 북서풍이 유입되면서 이달 5일부터 시작된 꽃샘추위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기상청은 9일 아침까지 평년보다 낮은 기온을 보이고, 9일 낮부터 차츰 날씨가 풀려 10일부터는 평년 기온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수경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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