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계열사 노조원들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조무력화 중단과 불법사찰 사죄”를 요구하며 이재용 부회장이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노동조합과의 면담에 나설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삼성지회, 삼성웰스토리지회,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삼성에스원노동조합 등 삼성그룹 4개 노동조합이 참여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에서 시작된 검찰 수사의 칼날이 삼성의 노조탄압 의혹을 점점 더 깊이 파고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는 최근 삼성전자 인사팀 직원으로부터 확보한 4개의 외장 하드디스크에 저장돼 있던 문건 4만여건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노조 대응 지침 문건인 ‘마스터플랜’을 포함해 부당노동행위 의혹과 관련된 문건을 6000여건 찾아냈다.
특히 이 문건들 상당수는 삼성전자의 애프터서비스 업무를 담당하는 협력사 직원들로 구성된 노조인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설립된 2013년 7월 전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진 서비스노조 와해공작 등과 관련된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노조가 설립되면 ‘무노조 경영 전략’이 무너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마스터플랜’ 문건은 노조 설립부터 활동까지 단계를 나눠 ‘표적감사’ ‘단체교섭 지연’ ‘노조 시위 때 반대 시위 기획’ 등 노조 설립 방해 및 와해 전략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5년간 진행돼온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탄압이 실제 삼성 문건의 ‘노조 파괴 시나리오’에 따라 집행됐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삼성전자의 관련 임직원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 “노조 탈퇴하면 ‘표적감사’ 막아주겠다”
8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지회)의 설명과 관련 문건 내용 등을 종합하면, 삼성전자서비스는 2013년 7월14일 노조가 설립되자 ‘설립 단계→세력 확장 단계→교섭 단계’ 등으로 나눠 노조와해 공작을 벌였다고 한다. 먼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협력업체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노조 상황 및 대응을 위한 컨트롤타워로서 통일적인 지침을 시행하는 ‘비상대응 체계’를 가동했다는 것이다. 이후 삼성전자서비스센터 곳곳에서 ‘부당전보’ ‘폭행·욕설’ ‘탈퇴 종용’ ‘업무수임 차단 및 경제적 불이익’ ‘휴일 강제근무’ 등 다양한 방식의 노조 탈퇴 압박이 이뤄졌다. 지회 쪽은 “일요일 근무를 수용하도록 압박하고 조합원에 탈퇴 종용”(2013년 10월·이천센터), “탈북자 출신 조합원 2명에게 노조에 가입하면 ‘북으로 다시 보낼 수 있다’ 취지 발언”(2013년 8월·부천), “외근팀장 최아무개씨가 전화해 식당으로 부른 뒤 노조 탈퇴 회유”(2013년 9월·김해)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교섭 지연 행위도 반복됐다. 조합원 명단 확인을 문제 삼으며 교섭을 거부하는가 하면, 교섭대표 노조로 확정되더라도 업무 과중 등을 이유로 수차례 교섭을 연기하기도 했다. 또 노조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표적감사’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2013년 노조 설립 뒤 전국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실시된 감사 대상의 89.5%가 조합원이었다. 이후 사쪽은 “노조를 탈퇴하면 (감사를) 막아주겠다”고도 설득했다. 이런 내용은 2013년 10월 지회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낸 부당노동행위 진정서에도 담겨 있지만, 노동청은 2016년 3월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 학연·혈연·이혼 등 개인정보도 수집
2015년 5월 공개된 ‘조직안정화 방안 실행 현황’(일명 ‘그린화 방안’ 문건)에는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들어 있다. 2014년 2월 삼성전자서비스 울산센터가 작성한 이 문건은 원청인 삼성전자 등에 보고된 뒤 실행된 것으로 지회 쪽은 보고 있다. 문건을 보면, ‘개인별 액션플랜’이라는 내용으로 조합원 6명의 이름과 함께 ‘면담 포인트’, 노조 탈퇴를 회유하기 위한 활동계획 등을 담고 있다. 주변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이혼 문제, 금전 문제 상황과 ‘석식, 저녁 술자리 등을 적극 실시해야 한다’는 계획도 들어 있었다. 또 조합원을 핵심/열성/단순가담으로 세분화해서 핵심인력은 사규위반, 징계조치 등으로 법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울산지역을 이끌던 조아무개 조합원과 울산센터 분회를 맡고 있던 유아무개 조합원은 모두 업무방해 혐의 피의자로 수사 대상이 됐다. 노동조합법(43조) 위반인 대체인력 불법 투입 정황도 드러났다.
지회 쪽은 당시 “실제로 사장 등 관리자들은 노조 설립 이후 지속해서 회유를 하고 폐업한다는 협박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울산센터와 서울산 휴대폰센터를 운영해온 울산 스마트서비스는 2014년 4월29일 폐업했다. 두 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 80여명은 일자리를 잃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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