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건물.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서민들에게 연 3900%의 살인적 이자율로 돈을 빌려주고 35억여원을 받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고리대금을 일삼은 장아무개(24)씨 등 범죄단체 조직원 63명을 붙잡아 이 가운데 14명을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들은 고리대금업을 목적으로 전국 규모의 범죄조직을 만든 뒤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11월 말까지 신용불량 등으로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 힘든 서민들을 상대로 소액을 빌려주고 연 3900%의 폭리를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씨 등은 인터넷 광고를 보고 연락한 1만1000여명에게 “일주일 단위로 소액을 빌려줄 테니 잘 갚으면 월 200~300만원씩 대출해주겠다”며 30만원 정도의 소액대출을 유도한 뒤 1주일 후 50만원을 갚으라고 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자 35억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채무자가 대출을 받을 때 부모, 친인척, 지인 등의 연락처를 적도록 해 연체가 되면 이들에게 연락해서 욕설과 협박으로 대출금 변제를 강요하는 등 불법 추심도 일삼았다. 이들은 채무자 본인에게도 “자식을 팔아서라도 갚아라”, “돈을 갚지 않으면 딸을 칼로 찌르겠다” 등 협박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은 ‘수금팀’, ‘인출팀’ 등으로 역할을 나눠 가명을 쓰면서 직속 상급자 말고는 서로를 알 수 없도록 ‘점조직’ 형태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책 등 수뇌부는 채무자뿐만 아니라 조직원에 대해서도 주민등록등본과 가족 연락처를 확보해 배신이나 일탈을 사전에 방지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자감면, 채무탕감을 약속받고 범죄에 사용된 통장을 빌려준 채무자 20명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붙잡았다”며 “아직 검거되지 않은 일부 범죄단체 조직원 및 통장 양도자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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